지난 2007년 7월 본격화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기를 넘어 이제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시장의 반응도 경기 침체를 전제로 한 모습이다. 다행히 최근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다소 누그러진 가운데 글로벌 증시가 반등에 나서고 있어 그간의 시장 반응을 돌아볼 틈을 마련해주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조정은 미국발 신용위기, 혹은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로 출발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국보다는 여타 선진국이, 선진시장보다는 이머징 마켓이, 이머징 마켓 가운데에는 아시아 시장의 반응이 가장 격렬하게 나타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로 인한 금융기관의 피해도 작은 편 임에도 불구하고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특히 중국,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지역의 경우 이머징 마켓 내에서도 큰 폭의 주가 조정을 보여 미국발 경기 우려에 가장 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과의 디커플링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바람과 크게 어긋나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을 대체해 글로벌 성장을 주도할 지역으로 주목받던 중국의 조정은 시장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시장을 포함한 동아시아 이머징 마켓, 그리고 이머징 마켓 전체의 조정은 아직 본격적인 미국발 경기 침체를 반영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주가의 조정 형태가 경기 문제를 반영했다기 보다는 그 이전의 주가 상승률, 혹은 밸류에이션 상황을 먼저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7년 하반기 고점 이후 조가 조정 추이를 살펴보면, 선진시장이 금융 > 경기관련소비재 > 정보기술 > 산업재 … 등의 순으로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를 반영하는 주가 반응을 보인 반면, 이머징 마켓의 경우는 산업재 > 정보기술 > 금융 > 소재 > 경기관련소비재 … 등의 순으로 다소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특히 이머징 아시아, 그리고 우리 한국의 섹터별 등락을 보면, 에너지, 소재, 산업재가 하락을 주도하고 상대적으로 경기관련소비재, 금융섹터의 조정폭은 상대적으로 작아 아직 경기 우려가 시장의 전면에 부각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마무리 국면에 접어드는 가격조정과 경기 문제
이머징마켓, 특히 이머징 아시아 시장의 조정에서 두드러지게 확인되는 에너지, 소재, 산업재의 급격한 조정은 이들 섹터가 2007년 3분기까지 상승의 주역이었다는 점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고속 성장을 반영하는 구경제 산업의 선두주자로 시장을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까지 진행된 이머징 아시아 시장의 조정은 미국의 경기 상황에 대한 우려를 본격적으로 반영한 것이기 보다는 가격논리, 혹은 급격한 상승 이후 밸류에이션 조정의 성격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다행히, 관련된 상품시장의 반응은 가격조정을 마무리하고 반등에 나서는 모습이다. 비철금속시장이 지난 연말을 기점을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급락의 빌미를 제공했던 BDI도 본격적인 반등을 시작한 상태다. 또한 한국시장의 12개월 선행 PER이 10.5배 수준으로 낮아진 점도 다소 부담스러운 밸류에이션 상황이 충분히 해소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가격 조정 형태의 주가 하락은 마무리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직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여전히 큰 부담으로 남아있다. 만약 본격적인 경기 침체 국면이 시작될 경우, 그 여파는 이머징 마켓 전반, 그리고 한국시장에도 상당한 정도로 미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격 조정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섰다 해도 공격적인 전략 보다는 경기 민감도에 따른 기준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가는 보수적인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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