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색각이상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 실태조사

서울--(뉴스와이어)--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도)는 2004년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동안 한림대학교에 의뢰해「색각이상자(색맹,색약)의 고용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동안 국내의 조사 결과들에 따르면, 남성의 5%와 여성의 0.4% 정도가 색각이상자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들이 취업에서 과도한 제한을 받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남성의 5%이면 약 121만명 정도이며, 취업연령대라고 할 수 있는 20대에는 20만명 정도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조사는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색각이상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취업제한의 대상자가 되고 있는데도, 색각이상자들의 업무수행능력을 비롯해 색각이상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와 이해가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기획되었다. 실태조사의 주요 내용은 △색각이상의 의학적 의미와 검사방법에 대한 고찰 △공무원을 비롯한 다양한 직업제한의 실태 △외국에서의 취업제한의 기준과 방법 등이며, 이에 대한 검토를 통해 색각이상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제한이 적절한 것인지의 여부를 살펴보고, 그 대안 마련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고용기관인 국가기관·운수업체·일반기업·교육기관 등 총 81개의 기관과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33개가 회수되어 14개의 기관에 대해서는 다시 전화 인터뷰를 하였으며, 그 외 65개 기관을 대상으로 전화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또한 색각이상자 35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고, 외국 사례의 경우에는 연구논문, 관련사이트, 전화조사 등을 통하여 그 실상을 조사하였다. 조사 결과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색각이상에 대한 몰이해와 차별

영국, 미국, 호주 등의 경우 취업의 조건으로 ‘완전한 색각’을 요구하는 것은 매우 특수한 경우에 한정되어 있고, 상당한 제한이 있었던 일본도 최근 색각에 대한 제한이 많이 사라졌는데,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아직도 여전히 강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이는 색각이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과거부터 이어져오는 관습적 기준에 의해 색각이상자의 취업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색맹이나 색약이라는 언어는 정확하지도 않으며, 색을 전혀 인식할 수 없는 자라는 선입관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어서 ‘색각이상’이라는 용어로 바뀌고 있다. ‘이상’이라는 말이 주는 어감 때문에 최근에는 ‘색각특성’ 또는 ‘색각특이성’ 등으로 부르자는 견해도 있다. 현재 정확하고 합의된 분류기준이 없어서 색맹, 색약이라는 언어가 여전히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과학적 연구를 통해 교정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남성의 5% 정도가 색각이상자이고 이중 적록색약자가 가장 많은데, 많은 경우 색각이상자 일반을 색을 전혀 구분하지 못하는 완전색맹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나, 실제 완전색맹은 0.01%밖에 없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조사에서 실시한 색각이상자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색각이상자로 분류되었으나 검사 이외의 일상생활에서 색 구분 등에 어려움이 거의 없다는 경우가 반 이상을 차지하였다. 색각이상은 다양한 종류와 정도로 나누어질 수 있으며, 색각이상자를 ‘비정상집단’으로 간주하고 획일적이고 편의적으로 취업제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신체적 특성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차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 경찰·소방 등 공무원을 중심으로 한 색각이상자의 취업제한 실태

색각이상자에 대한 국내의 취업 제한 실태는 △국가공무원(·소방·교정직, 군인 등) 고용기회 제한 △운수업종(항공, 해운, 철도 등) 고용기회 제한 △일반기업체(전기·통신·기술·건설·방송 등의 일부 직종) 고용기회 제한 등 대략 3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국가기관에 의한 공무원의 채용은 여타의 채용에 대해 모범과 기준이 되어야 하는 만큼 그 사회적 중요성이 크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국가기관의 취업 제한은 정확하고 합리적인 기준과 검증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공무원 현황을 간략히 살펴보면, 전체 공무원의 수가 90만이 조금 넘고 그중 색각이상이 제한되는 대표적인 공무원직으로 경찰·소방·교정공무원 등을 들 수 있으며, 이들의 수는 15만명 정도가 된다.

경찰직의 경우 1999년 이전에는 색맹에 대해서만 취업을 제한하다가 1999년 이후 색약까지 제한하도록 관련 규정(행정자치부령 경찰공무원임용령시행규칙)을 바꾸었다. 경찰은 도주범의 체포 등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람과 차량의 색깔 판별 등이 중요하며, 이러한 업무를 차질없이 수행하기 위하여 색각이상자 전체의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1999년 이전 채용된 색각이상자가 사고 등의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는지에 대해 조사하였으나 그와 관련한 기록은 찾을 수 없다고 응답한 것으로 볼 때, 이러한 규정의 강화가 현실적 또는 과학적 검증과정을 거쳐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소방직의 경우도 2005. 1. 28.부터 경찰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색약까지 취업을 제한하도록 규정(행정자치부령 소방공무원임용령시행규칙)을 바꾸었는데, 그 이유는 소방업무가 단순한 화재진압 뿐만 아니라 구조, 구급 등의 여러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완벽한 색각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소방직은 연기나 불의 색깔, 화학물·파이프라인·소방장비 등의 색깔 구분 등을 위하여 색각이 필요하다. 그러나 소방직의 경우도 과거에 색각이상에 따른 사고가 발생한 적은 없으며, 다만 앞으로의 좀더 완벽한 업무수행을 위하여 ‘완벽한’ 색각소유자를 선발하려는 것이다. 취업을 위해 사회적으로 필요한 것은 ‘안전한’ 색각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지 ‘완벽한’ 색각이 아닌 자를 배제하는 것은 아닐 것이며, 이러한 과도한 제한은 오히려 훌륭한 인재를 발탁하는 데 장애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교정직의 경우는 수감자의 명찰, 신분카드, 수용자 거실 표시 등의 구분을 위하여 색맹의 채용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현재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가성동색표 등을 통한 검사보다는 실제 업무 수행에 대한 검사를 하여 채용여부를 결정하고 업무에 지장이 있는 색각이상의 경우만 제한하는 것이 업무수행능력이 있는 자의 채용 제한을 피할 수 있는 적극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3. 외국의 취업제한 기준과 방법

일본의 2004년도 인사원 공무원 모집요강에 따르면, 일반국가공무원 채용에는 새각이상의 제한이 없으며 과거에 색각제한 규정이 있었던 형무관·법무교관·노동기준감독관 등의 직종에 색각제한 규정이 폐지되었다.

일본 경찰은 색각이 직무집행에 지장이 없어야 한다고 되어 있어 정도가 심하지 않은 색각이상자는 채용하고 있으며,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최종적으로 산업의에게 의뢰하여 그 판단에 의해 채용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영국 경찰은 완전색맹은 채용하지 않으며, 심한 색각이상은 채용 가능하지만 색각이상에 대해 본인이 알아야 하고 대처방법을 교육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뉴욕경찰청의 경우는 약도의 색각이상자는 채용하고 있다.

일본 소방직의 경우는 적색·녹색·황색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검사는 운전면허 시험 시 사용되는 3색등검사를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색각이상자 중 상당수가 3색등을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심한 색각이상이 아니라면, 소방관이 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 영국의 경우는 녹색약의 경우 소방관 업무를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다고 보며, 적색약의 경우는 기준에 적합한 경우가 드물다고 판단한다. 미국 소방방재협회는 기구 사용이 불가능한 완전색맹의 경우만 채용이 되지 않으며, 기타의 경우 의사에게 의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영국은 일반적인 도로운전의 경우 해운과 항공조종과는 다르며, 색맹이 교통신호등을 인식하는 능력이 없다고 볼 수 없다는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색각이상자의 운전면허 제한을 폐지하였는데, 호주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미국 안과학회에서도 ‘미국의 경우 몇몇 주에서 교통신호등 감별을 위한 색각검사를 하지만, 운전자들은 색 이외의 다른 단서들을 잘 이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4. 실태조사의 결론과 향후계획

이번 실태조사 결과 색각이상자의 업무수행능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평가가 의학적·현실적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편견에 의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본 조사는 △전문가들과 실무담당자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구성 △체계적인 연구를 통한 제한 규정의 정비 △획일화되어 있는 검사방법의 다양화를 통한 업무수행능력 평가 △취업제한이 필요한 색각이상자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책 마련 등이 필요함을 지적하고 있다.

사회적 권리의 제한은 그 제한의 합리성을 입증함으로써 인정되는 것인 바, 향후 인권위는 국가기관을 중심으로 하여 색각이상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는 영역에 대하여 보다 심도있는 조사 등을 통하여 우리 사회의 훌륭한 인재들이 부당한 이유로 공직 진출 과정에서 배제되는 사례가 없도록 노력할 것이다.

웹사이트: http://www.humanrights.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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