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상시적이고 전반적인 성적우수반 운영은 학생에 대한 평등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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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2008-05-20 08:48
서울--(뉴스와이어)--강원도 전교조는 “강원 소재 A고등학교 등 10개 학교가 반을 편성하면서 성적우수자반을 별도로 만들어 공부하게 하여 성적우수자반에 포함되지 못한 학생들이 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2007. 4.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다.

피진정 학교들은 비평준화 지역에 소재하고 있으며, 대부분 학습 성취도에 따라 학생들을 지도하여 효율적인 교육을 시행한다는 목표로 1학년의 경우 반 편성고사, 선발고사를 합산하여 학기 초에 성적우수자반을 선발하여 성적우수반으로 편성하고 있었고, 2·3학년의 경우 전년도 교내고사, 전국학력평가를 합산하여 성적우수자를 선발, 성적우수반으로 편성하고 있었다. 이와 같이 편성된 성적우수반은 학기 초마다 편성되어 1년간 유지되고 있었다.

이러한 우수반의 편성과 관련하여, 피진정학교들은 비평준화 지역의 특성상 같은 학년에서도 학업성취도의 차이가 많이 나는 현실을 강조하면서 성적우수자반 운영이 학생들에게 수준에 맞는 학습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향상시키고 성취감을 얻게 하여 학교생활에 충실하게 할 수 있으며, 아울러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획일화된 학습 진도와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여 갖게 되는 학습 불만과 소외감이 해소된다고 주장하였다.

차별적 교육환경으로 인한 학생들의 열패감 호소

국가인권위가 성적우수반 운영과 관련하여 피진정 학교 학생들과 면담한 결과, 일부 학교에서 우수반 학생들에게 별도의 문제집, 보충수업 등 상대적으로 더 나은 학습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위와 같은 우열반의 편성으로 인한 스트레스나 열패감, 열반으로 떨어질 경우의 걱정 등을 호소하고 있었다.

또한 성적우수반 설치여부에 대해 피진정학교들은 교사, 학부모들에게 의견을 청취했다고 주장하지만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으며, 우수반 편성과 배치 시에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을 묻거나 반영한 사례도 찾을 수 없었다.

공교육은 모든 학령아동에게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제공되어야

국가 혹은 자치단체에 의하여 설치·운영되는 공교육은 헌법 제31조제1항에 의거 모든 학령아동에게 그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제공되어야 합니다. 학교 등 교육기관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의 요청에 따라 교육내용이나 교육방법, 교육체계의 운영에 대하여 상당한 재량을 가지지만, 이 재량은 “인격” “생활능력”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의 함양이라는 교육기본법상의 목적에 구속되는 한도 내에서만 유효하다 할 것이다.

임의적 기준에 의한 분리교육은 차별행위가 될 가능성 높아

또한 생활공동체인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고 이에 따른 좋은 학업성적만을 얻기 위한 장이 아니라, 다양한 생활환경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또래의 아이들이 어울려 살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구현하는 인격적 성장의 공간이기도 하다. 아동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여러 계기를 통하여 그러한 잠재력이 발현되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이기에 학교는 그러한 잠재력을 키워주는 공간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성장기에 있는 아동에게 어떠한 임의적 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에 따라 분리하여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자칫 아동의 잠재력을 위축시키며 다양한 계기를 박탈함으로써 성장의 기회를 저해하고 그 기준에 따라 나뉘어진 아이들에게 배제감과 박탈감, 열등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행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이다.

교육 기회로부터 차별받지 않을 권리 침해

강원도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학생들에게 수준에 맞는 교육을 실시한다고 할 필요가 있다 할지라도 피진정학교들이 운영하고 있는 것과 같이, 몇몇 과목의 시험점수 기준으로 행정적으로 하나의 반인 우수반을 편성하고, 그 기준에 부합되는 학생들을 선발하여 기준에 미달하는 학생들과 분리시키는 교육은, 조사결과 드러난 물리적 조건에서의 소소한 차별 외에도 그로 인하여 학생들에게 열등감·배제감등의 정신적외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바, 이는 학생들이 교육의 기회로부터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학생들의 전인격적 발달을 저해하고 그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또한 피진정학교들이 우수반 편성과 배치 과정에서도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았던 점은「유엔 아동권리협약」이 정하고 있는 ‘아동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있어서 자신의 견해를 자유스럽게 표시할 권리’의 보장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국가인권위는 A고등학교 등 10개 학교가 특정과목의 학업성적이라는 일률적인 기준에 의하여 상시적이고 전반적인 성적우수반 편성을 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학생들에 대한 차별적 분리교육 체계를 구성하여 헌법 제11조에 보장된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라 판단했다.

따라서, A고등학교 등 10개 학교장들은 성적우수반 제도를 시정하되 학생들의 의견을 청취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학습 성취도와 그 적성 및 취향에 맞추어 교육의 기회와 내용이 부여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강원도내 고등학교 교육에 대한 관리·감독의 책임을 지고 있는 해당 교육청에서는 피진정학교들이 운영하고 있는 성적 우수자반이 시정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며 도내 학생들에게 학습 성취도와 그 적성 및 취향에 맞추어 교육의 기회와 내용이 부여될 수 있도록 원활하고도 효율적인 교육프로그램의 개발이나 교육자원의 지원 등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을 강구 할 것을 권고했다.

웹사이트: http://www.humanrights.go.kr

연락처

문은현, 차별시정본부 이주인권팀 2125-98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