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 관련 경실련 성명

2008-06-03 14:34
서울--(뉴스와이어)--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이 되었다. 국민들은 국정전반에 대한 희망과 기대로 부풀어 있는 대신 지난 100일에 대한 실망으로 좌절감에 가득 차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나라 전체가 총체적 위기라는 인식하에 비상한 결단 없이 현 상황을 대충 넘기려 해서는 남은 임기 내내 국민들의 협조도 얻을 수 없고 국정운영 또한 파행으로 점철될 수밖에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는 어제 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에 대한 관보 게재 유보결정을 한데 이어 오늘 미국에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 중단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분명한 재협상 선언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국민적 설득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분명한 입장 천명을 재차 촉구한다. 아울러 이명박 대통령은 현재 국민들의 요구에는 미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 보완 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문제의식도 배어 있음을 유념하여 총체적인 국정쇄신책을 함께 마련하여 국민들에게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

1. 오늘 정부가 미국에게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 중단을 요청한 것은 분명한 재협상 선언을 요구하는 국민적 요구와는 거리가 있어 국민들을 설득하는데 한계를 가진다.

정부가 미국과 맺은 쇠고기 수입조건 합의서의 수정을 원한다면 현재의 고시를 완전 철회하고 분명히 미국에 재협상을 요청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출중단을 요청하는 것은 재협상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인지 아니면 이후에 미국에게 요구하여 노력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명분을 확보하기 위함인지 그 의도를 알 수 없다. 이렇게 모호한 정부의 입장으로는 국민들을 설득시킬 수 없으며, 오히려 문제만 더욱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그간 한 달 여 동안 촛불시위를 통해 드러난 국민들의 뜻은 분명하다. 비교적 안전한 30개월 이하 살코기만을 수입할 것, 수출작업장에 대한 조사ㆍ승인권 확보 등을 통한 검역주권 확보이다. 정부는 좀 더 분명하게 잘못된 협상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한 달 여 동안 촛불시위에 참여한 국민들도 나라 걱정하는 것은 정부와 똑같다. 국민에게 지는 정부가 결국 이기는 정부이다. 정부가 더욱 국민들과 함께하는 정부로 거듭나기를 바란다면 미국과의 재협상을 분명히 선언하고 30개월 이하 살코기만 수입, 검역주권 확보 등과 같은 국민적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미국에게 명확히 요구해야 한다.

2. 이명박 대통령은 쇠고기 문제 대처과정에서 안이한 가진 것으로 드러난 정부 관료들과 함께 도덕성의 하자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인사에 대한 인적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국민들의 평화적인 촛불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하여 문제를 야기한 어청수 경찰총장에 대해 단호히 사퇴 조치해야 한다. 경찰은 시위문화를 다시금 20년 전 군사 독재시대로 되돌려 놓았다. 시위발생의 일차적 책임이 정부에게 있고, 더구나 시민들이 평화적 방식으로 시위에 임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폭력으로 시민들을 진압했다. 이로 인해 다수의 시민들이 다치는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 이 같은 폭력적 진압을 대통령에 대한 충성으로 여기는 반민주적 경찰에 대해서 단호히 인사 조치하여 국민적 공분을 달래야 한다.

둘째, 지난 100일 동안 정책실패로 국민들을 어렵게 하거나 국정을 수행하기에는 자질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김도연 교육과학부 장관,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을 즉각 사퇴시켜야 하며, 이들을 대신하여 서민들의 삶을 이해하고 정책을 펴나갈 수 있는 인사들을 등용해야 한다.

정운천 장관은 미국 쇠고기 수입협상 주무장관으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강만수 장관은 물가, 환율에 개입하려는 시대착오적인 관치행태로 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국내경기를 더욱 악화시켰으며, 물가폭등을 야기하여 서민들의 고통을 초래했다. 김도연 장관은 교육부 고위 공무원들로 하여금 국민의 혈세를 본인 모교와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지원토록 한 행태와 더불어 ‘학교자율화 조치’ 등 졸속적인 정책으로 사교육비 증가를 불러 일으켜 학부모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김성이 장관은 장관으로서 때와 상황을 모르는 부적절한 행동과 발언으로 국민들을 자극하였다.

셋째, 국민들과의 신뢰회복 차원에서 부도덕한 대통령 주변의 참모들에 대해서 인사 조치해야 하며, 이미 문제가 드러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곽승준 정책수석, 김병국 외교안보수석은 반드시 사퇴시켜야 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거짓말 등으로 공직 수행에 부적합한 부도덕한 인사들이다. 이들이 대통령 주변에 존재하는 한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과 내용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고 대통령과 국민과의 신뢰관계도 유지하기 어렵다. 법을 위반한 부도덕한 인사들을 주변에 두고 국민들에게 법과 원칙 준수를 강조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너무나 이중적인 행태로 보여 국정에 국민들을 협조를 구할 수도 없다.

3. 이명박 대통령은 인적쇄신과 함께 정책쇄신으로 국민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첫째, 대다수 국민들이 중단할 것을 바라는 한반도대운하 건설 문제에 대해서 명확히 포기의사를 밝혀야 한다.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해서 정부는 왜 대운하를 건설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리와 명분을 수시로 변경해왔고, 공사내용과 추진방식에 있어서도 계속 입장을 달리해 왔다. 정부 스스로도 공사의 효과성에 대해서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재앙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정부여당 안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등 국민설득에도 실패하였다. 따라서 이 문제에 더 이상 집착하지 말고 깨끗이 포기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대규모 토건개발이 아닌 IT, NT, BT, CT 등 새로운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둘째, 경제 정책기조를 대폭 수정하여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경기부양보다는 물가안정에 주력해야 한다. 현재 우리경제는 고유가와 원화 약세가 복합돼 물가불안 요소가 너무 큰 만큼 물가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이다. 현 시점에서 경기부양 등 성장우선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성장 효과를 모두 상쇄하는 의미 없는 정책에 불과하다. 물가가 불안한 상태에서 이룬 성장은 결국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특히 최근 농산물 가격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 염려가 높아지고 있으며, 성장정책이 실패하면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최악 사태를 불러 올수 있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충고이다. 따라서 이러한 충고를 수용하여 경제정책 기조를 안정으로 선회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상황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경제운용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셋째, 개발연대 시기에나 가능한 시대착오적인 정부의 시장개입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가격, 금리, 환율은 시장 수급에 맡겨야 한다. 인위적인 통제와 조정은 시장주체들에게 착시현상을 가져오고, 결과적으로 시장왜곡을 가져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다. 이러한 대가는 모두 국민들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귀결된다. 정부가 수출을 위해 환율에 개입하여 결과적으로 물가폭등을 초래한 것은 이러한 좋은 예이다. 따라서 정부는 시장 질서를 공정하고 자유롭게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되, 관치적 개입은 자제해야 한다.

넷째, 재벌 보다는 중소기업, 자영업자, 서민을 위한 국민통합적 정책을 우선해야 한다.

정부는 재벌기업에 대해 대규모 감세와 규제완화를 해주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친재벌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이 경제력 집중의 폐해만을 남게 될 것이고 일자리 창출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은 많은 전문가들의 연구와 각종 자료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재벌기업들의 사내 유보율이 700% 가까이 되면서도 기업들이 투자를 안 하는 것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투자처를 못 찾기 때문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우리 경제와 구조가 많이 변화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가 이러한 점들을 간과한 채 대기업 투자가 늘어나면 국민들의 소득과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적하효과’만을 믿고서 친재벌 정책을 강행하는 것은 전략적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재벌기업들은 현재 성장전략의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다. 재벌들은 해외 유수의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국내경제에 기여하는 바는 과거에 비하여 적어지고 있다. 재벌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아지고 있으며 중소기업이 오히려 우리고용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대기업의 수익이 큰 폭으로 증가하더라도 나머지 80%의 소득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전체적인 국민소득 수준을 높일 수 없다. 따라서 우리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강화하지 않고서는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 정부는 친재벌 정책들을 폐기하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균형성장, 동반성장을 위해 시장에서의 약자와 탈락자들, 즉 실업자와 신불자 등이 시장에 재진입 할 수 있는 복지시스템과 지원정책을 끊임없이 개발해서 경제 성장 동력을 키워야 한다.

다섯째, 정책결정 과정에서 국민들과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구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청와대와 정부에 일상적 의견수렴 창구를 설치해야 하며, 대통령이나 정부 관료들의 졸속적이고 음모적인 정책결정과 발표는 지양토록 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들의 정책수용력이 떨어지면 그 정책의 효과성은 반감된다. 따라서 정책 수립과 결정과정에 국민들의 의견을 사전에 철저히 수렴하고 국민적 합의과정을 통해 진행하도록 대통령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과거 개발연대시기에 기업 총수의 수직적 리더십으로는 복잡하고 다기한 국정운영을 해 나갈 수 없다. 열린 리더십, 수평적 리더십 구현을 위해 대통령 스스로 변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성공한 정부가 되어야 한다. 이는 대통령 개인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도 그렇다. 지난 100일 기간 동안 국정운영에 대해 대통령이 스스로 수사 차원이 아니라 진정으로 섬기는 정부, 국민을 중심에 두는 정부가 어떤 정부여야 하는지 꼼꼼히 성찰하기를 바란다. 현재와 같은 정책과 사람으로는 국민들과 조응하는 국정운용을 해 나갈 수 없다. 쇠고기 재협상 결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 국민여론에 부응하는 후속 조치 마련과 함께 대통령의 큰 결단을 통해 정부 내 인적쇄신과 정책쇄신 등 국정전반을 전면적으로 쇄신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개요
경실련은 1989년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라는 기치로 설립된 비영리 시민단체로서, 일한만큼 대접받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시민운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특히 집, 땅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 근절, 아파트가격거품 제거, 부패근절과 공공사업효율화를 위한 국책사업 감시, 입찰제도 개혁 등 부동산 및 공공사업 개혁방안 제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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