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한나라당 의원총회는 한나라당 국회의원들로만 구성된 국회 본회의의 축소판이다. 따라서 한나라당 의원총회는 국회 본회의의 의사진행절차와 방법을 준수해야 한다.

한나라당 의원총회는 원내 최고 의사결정기구다(당헌 제64조). 그 어떤 기구보다 당내에서 가장 중요한 기구인 의원총회는 제 기능을 다하고 있는가?

당이 지금처럼 혼란과 갈등, 무기력에 빠져있는 데는 여러 차원에서 많은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결코 무시하고 그냥 넘길 수 없는 원인 중의 하나는 난삽한 의원총회다. 도대체 무엇을 논의하고 결정할 것인지, 아니 무엇을 결정했는지조차 제대로 인지하기 어려운 의원총회다. 아니 오히려 지도부가 의도적으로(?) 의총의 핵심주제를 흐려놓고 지리멸렬한 토론만을 조장하고 있지는 않는가 할 정도로 난삽한 의원총회다.

이번 행정도시특별법과 관련된 당론결정에서 빚어진 당내 갈등만 보아도 그렇다. 당론결정에 반대한 의원들은 물론이고 당론결정에 따르는 의원들도 의사결정과정과 절차 혹은 방법에 대해서만큼은 마음 한구석 개운치 않음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무리가 있었음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행정도시특별법과 관련된 당론결정은 크게 보면 국가의 미래, 작게 보면 당의 활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매우 중대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당내 의견수렴은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참석 의원들은 의원총회에서 안건으로 채택될 내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의결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던 그 순간에도 무엇을 의결해야 합리적인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했던 의원들의 심정은 또 어떠했을까? 더 이상 구구한 사례를 들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문제를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거론하는 이유는 ‘그 결정이 잘 된 것이다 혹은 잘못된 것이다’는 것을 논하고자 함이 아니다. 오히려 새로이 선출된 원내대표 체제하의 의원총회에서는 이런 절차상의 하자를 지닌 당론결정이 또 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런 난삽한 당론결정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한나라당 의원총회가 본회의 의사진행방법을 준수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있다. 현재의 의원총회 방식은 지난 16대 국회의 의원총회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즉 보스정치체제 속에서 보스 혹은 보스집단에 속한 소수의 그룹에서 결정된 사항을 그대로 의원총회에서 인준하는 절차ㆍ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굳이 회의의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도 대충 결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17대 국회는 보스체제에 물들지 않은 초선의원이 절반이며, 의사를 달리하는 다양한 연구모임들이 조직화되어 있다. 이들의 의견을 잡음 없이 결집하기 위해서는 의원총회를 효율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원내구성이 보스체제라는 수직적 체제로부터 다양한 그룹별 체제라는 네트워크체제로 바뀌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 아니,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이며 합리적이며 민주적인 의원총회를 위해서 다음과 같은 아주 작은 회의의 원칙들을 지킬 것을 제안한다. 특별한 것이 아니다. 국회 본회의의 절차와 방식이다.

1. 의원총회의 안건은 반드시 게재해야 한다.

2. 원내대표는 가급적이면 의원총회에 회부할 안건을 사전에 의원들 전원이 숙지할 수 있도록 미리 통지하여야 한다(이것은 회의에 참석하는 의원들로 하여금 회의 참석 전에 자신의 의사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며 찬반에 대해 의원 개인 혹은 그룹별 사전 조율을 할 수 있게 한다. 미리 통지할 수 없을 만큼 시급한 사항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는 원내대표부의 사전준비에 대한 성의문제라고 생각한다).

3. 원내대표부(혹은 원내대책위원회)가 결정한 회의 안건에 대해서는 의총에서 의원들의 의견을 물어 수정할 것이 있으면 수정하여 결정토록 한다.

4. 토의안건이 확정되면 이에 대해 찬반토론을 진행한다(의원들의 의견개진이 명확한 초점을 갖고 진행된다).

5. 제안된 안건에 대해서는 반드시 의원들이 결정을 해야 한다(안건의 중요성에 따라 표결이든 거수든 찬성발언이든 어떤 형태로든 그 방법을 결정하고, 그에 따라 결정한다). 안건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있어야만 당론이 결집되고 의원들이 당론을 숙지하며 그것의 집행에 대한 명확한 책임과 의무를 가지게 될 것이다.

표결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회의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표결은 개인의 발언에 대한 호ㆍ불호를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합의된 안건)에 대한 표결이 되기 때문에 이를 반복적으로 몇 번만 해보면 그 효율성과 정당성을 모든 의원들이 확신하게 될 것이다.

2005년 3월 11일

국회의원 이재웅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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