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정부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경실련 성명

2008-12-04 14:19
서울--(뉴스와이어)--지난 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공적자금 캠코(자산관리공사)를 통해 1조3,000억원을 조성하여 저축은행의 부실 프로젝트파이넨싱(PF) 대출채권을 매입해 주기로 하였다. 이외에도 저축은행에 대한 자율워크아웃 확대, 자산건전성 기준인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적용시한 연장 등의 대책을 발표하였다.

경실련은 저축은행의 자구노력이나 구조조정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정부 대책은 결국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도덕적 해이만을 조장할 뿐 장기적으로 위기극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부의 무분별한 공적자금 지원책은 잘못된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내년에 우리경제의 위기 정도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 예측되고 있으며 특히 건설시장의 경우 위기의 심각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이번 대책으로 위기 극복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추가적으로 부실해지는 PF 대출 건설사들도 계속 이런 방법으로 연명시켜 나갈 것인지, 더욱이 거기에 부실심사를 통해 대출해준 상호저축은행들도 계속 함께 살려서 갈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방식이 위기 극복책으로 적정한지, 정부가 과연 경제 위기극복을 위해 어떤 원칙을 갖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저축은행의 경우 PF대출을 해준 전국의 899개 사업장 중 절반이 주의가 필요한 상태이고 전체 사업장의 23%가 제때 이자를 못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경기와 부동산 시장은 하락 추세에 있고 내년에는 더 악화되어 저축은행의 대출 PF 대출 연체율도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저축은행은 주로 소상공인 대출이 많은데 현재 실물경기의 어려움을 감안하면 PF 대출이 아니라도 기업과 가계 등 다른 부문의 부실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그러면 그때마다 계속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향후 시장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에 대한 아무런 대비책 없이 무조건적으로 혈세를 퍼부는 안이한 대책으로는 상황을 절대 호전시킬 수 없다. 국내 금융기관의 부실대출문제가 저축은행들에 1조원의 정도의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해결될 수 있는 것이었으면 그동안 이렇게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둘째, 이번 조치는 2003년 카드 대란 당시 구제수단으로 제시되었지만 비효율성 및 향후 경제에 악영향이 입증된 공기업을 통한 유사 공적자금 투입과 같은 방식이다. 따라서 오히려 정보비대칭에 의한 역선택의 문제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뿐이며 최근 건설사에 대한 대주단 정책과 같이 효과를 얻지 못하고 실패할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03년 카드대란 당시에도 문제가 되었던 재벌카드사의 대주주 등은 사전에 자산을 이전하거나 이윤을 빼가는 방식으로 자신들은 전혀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도 부실은 전부 국민들에게 전가시켜 많은 사회적 논란이 된 바 있다. 자구노력도 없고, 서민금융기관으로서 무분별하게 부동산 관련 대출을 늘린 방만한 경영에 대한 책임 추궁도 없는 이번 대책도 과거 전철을 그대로 밟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민들은 과거 97년 IMF때와 다를 바 없는,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은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런 원칙과 기준도 없이 국민들의 혈세를 부실기업에 쏟아 붇는 것은 국민적 비난을 부채질 할 밖에 없다. 국민들이 받고 있는 고통에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경영진과 대주주에 대한 문책, 자구노력 선행이라는 최소한의 원칙은 유지하여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만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셋째, 무엇보다 이번 조치는 한국의 대외신인도에도 악영향을 주게 될 가능성이 커 현재의 위기극복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다.

‘셀 코리아’가 지속되고 있는 현 위기상황에서 국내외 투자자나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한국정부가 부실 저축은행, 건설사 등에 대해 옥석을 가리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할지의 여부를 대외신인도의 주요 잣대로 여겨왔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조치는 지금의 현상을 유지한 채 모든 부실을 떠안고 가겠다는 안이한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인식을 줄 뿐이며, 저축은행뿐 아니라 부실 건설사・조선사들도 모두 살리겠다는 메시지를 외국에 내보냄으로써 향후 우리의 대외신인도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는 위기상황과 상충되므로 당연히 국내외 시장에 우리경제의 불안정성을 더욱 강화할 뿐이다. 이번 정부 대책이 지난 97년 IMF경제국란 직전에 당시 재경부가 부실 종금사들을 퇴출시키지 않으려 종금사 감싸기로 일관하다가 끝내 IMF사태를 불러왔던 전절을 똑같이 밟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이번에 과거 외환위기와 카드대란을 통해 확인된 실패한 정책을 위기대책으로 동원한 것은 위기 극복을 위해 우리경제의 체질을 더욱 튼튼히 개선하기는커녕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뿐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무엇보다 건실한 기업과 부실기업들을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아무리 돈을 많이 풀어도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는 문제를 낳을 수 밖에 없다.

현재 우리경제는 신용경색에 의한 유동성 문제가 그 핵심이다. 따라서 현재의 신용경색을 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는 시장 스스로 건실한 기업과 부실한 기업을 구분할 수 있도록하고, 시장 스스로 옥석을 가려 투자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과 기업들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면서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대책 없이 돈만 풀어서 해결 될 상황이 아닌 것이다.

현재 저축은행, 건설사 등 취약한 부문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여 역선택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부실 금융기관과 부실기업의 처리 부담규모가 시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면 정부가 구조조정촉진법 또는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공적자금 투입 등 기존의 법적 절차를 통해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지원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이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대전제와 원칙을 어김으로써 시장의 불안정성만을 높여 위기대책으로써 작동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정부는 저축은행에 대한 무분별한 공적자금 투입을 즉각 중단하고,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실천할 수 있는 민관합동 기구를 우선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 기구를 통해 구조조정을 해야 할 기업과 살려가야 할 기업에 대한 기준과 원칙을 설정하여 이 기준과 원칙에 따라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공적자금이라는 혈세가 들어가니까 정부도 참여해야 하지만 또 시장의 관점에서 올바르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민관이 이런 기구를 같이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이런 기구를 만들지 않고 미적미적하면서 안이한 대책으로 적당히 일관하는 태도를 갖는 것은 결국 상황을 더욱 나쁘게 하여 우리경제 전체를 완전히 망가뜨리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게 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대통령이 방송에까지 나와서 현 상황이 대단히 위기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데도 정부의 다른 한편에서는 어쩔수 없다고 현실을 안이하게 질질 끌고 가는 처방을 내놓는 것은 다 같이 망하자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정부가 이러한 안이한 태도로 일관하여 제2의 IMF와 같은 국난을 초래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솔직하고 정직하게 그리고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방식으로 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나설 것을 촉구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개요
경실련은 1989년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라는 기치로 설립된 비영리 시민단체로서, 일한만큼 대접받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시민운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특히 집, 땅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 근절, 아파트가격거품 제거, 부패근절과 공공사업효율화를 위한 국책사업 감시, 입찰제도 개혁 등 부동산 및 공공사업 개혁방안 제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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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기 국장, 김성달 간사(766-9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