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치상황과 관련한 경실련 성명

2008-12-24 14:42
서울--(뉴스와이어)--소위 입법전쟁으로 불리우며, 쟁점 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 간 국회 대치상황이 장기화 되고 있다.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인해 국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이러한 모습은 정치권 전체에 대한 극단적 불신과 함께 절망감을 갖게 한다. 힘을 모아도 위기 극복이 쉽지 않은데, 여야로 나뉘어 정쟁만을 벌이는 정치권을 보며 국민들은 과연 어느 나라 국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경실련은 더 이상의 여야 간 극단적 대립은 국가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여야 간 대치상황 해소를 위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피력하고자 한다.

먼저 현 상황에 대한 1차적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다고 보며, 따라서 여야 간 극단적 대립을 끝내기 위해서도 무엇보다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여당의 자세전환이 있어야 한다.

최근 정부여당의 국정운영은 정상적인 자세를 일탈한 것으로 보인다. 대화고 소통이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힘에 의존하여 가려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하여 정부여당의 책임자들이 모두 나서서 ‘속도전’‘돌격’‘행군’등 군사동원체제를 연상하는 발언을 해가며 주요 국정현안을 ‘전광석화’로 모두 끝내는 것이 올바른 것처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발상은 토론과 합의를 무시하는 북한과 같은 독재체제나 가능한 방식으로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 국정현안에 대해 정부여당과 생각이 다른 모든 개인과 집단은 돌격의 대상이 되거나 속도로 극복해야 할 대상이 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의견이 다른 국민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셈이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국정운영 담당자들은 국정의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토론을 통해 조정, 합의하며 설령 소수의견이라 하더라도 배제할 것이 아니라 배려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국정운영의 태도와 시스템이 작동되는 것 때문에 민주주의 체제가 독재 체제보다 우월하다는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민주주주의 체제의 구성원들이 참여하면서 긍지와 자부심을 갖도록 하여 체제의 효율성도 높이게 되는 것이다. 현재의 정부여당은 이러한 민주주의 체제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독선적이고 일방적인 태도로 인해 과거 군사독재 시대로 후퇴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둘째, 현재의 국회에서의 여야 간 대립은 대통령과 정부의 일방적 국정운영 태도를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그대로 관철하려는 것에서 나온 필연적 부산물이다. 따라서 행정부와 다른 입법부의 구성원으로서 여당인 한나라당이 독립적 국회운영의 의지를 보이는 것이 요구되며, 무엇보다 의회주의의 본질인 대화와 타협의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통령제하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은 대통령과 함께 국정의 책임의식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이것 보다는 개개인의 헌법기관인 입법부의 구성원으로서 독자적 판단으로 국정을 바라보며, 국정현안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행정부와는 달리 입법부는 사회의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어 토론되는 곳이며, 여당은 그 상대로서 야당과의 대화와 협상이 진행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입법부 다수당이 세력만을 믿고 이러한 과정을 중요시 하지 않는다면 사회의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지 않아 국정운영에 대한 불만이 쌓이게 되고, 이는 대통령의 여당의 국정운영 실패로 귀결된다. 현재 국회가 처한 상황이 바로 이러한 상황과 유사하다.

여당인 한나라당이 대통령의 한마디로 일사불란하게 야당과의 합의사항까지 무시하며 내년도 예산을 단독처리하고, 그럴 필요가 없는 한미 FTA 비준동의안까지 굳이 반의회주의적 방식으로 처리하며 나머지 쟁점법안도 힘으로 밀어 부치려한데서 오늘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다수당인 여당이 대화와 타협이라는 의회주의 원칙을 부정하는데 소수당인 야당이 극단적 투쟁 외에 할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현재 한나라당의 태도는 오로지 대통령의 생각만 중요하고 의회주의의의 원칙이나 국민여론 등 다른 어떤 것도 고려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다수당인 여당이 국회를 통법부로 여기는 태도를 갖고서 어떻게 야당을 설득시킬 수 있겠으며, 국민여론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겠는가. 우리 헌정사에서 여야 간 극단적 대립은 항상 힘을 가진 다수당이 일방적인 행태를 보인데서 기인했으며, 이러한 일방적 행태는 결국 실패했음을 한나라당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대치의 원인이 되고 있는 여야 간 의견차를 보이고 있는 주요 쟁점법안들은 한나라당의 주장과는 달리 경제 살리기나 민생과는 상관없이 재벌들에게 특혜를 주는 법안이거나 아니면 시민들의 민주적 기본권들을 제약하는 개악법안들로 폐기하는 것이 올바르다.

정부여당의 최우선 처리 법안으로 공언하고 있는 금산분리완화 법안은 사실상 은행을 재벌들에게 넘겨주고, 일반 제조회사가 지주회사체제로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갖도록 하여 감시자와 피감시자를 한군데 묶어 놓는 금산복합체제를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 뿐 아니라, 사실상 삼성 등 특정재벌을 위한 법안이라는 것은 금융관련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심지어 지난 17일 OECD가 한국경제보고서를 발표하여 우리정부에 신중할 것을 권고할 정도로 경제의 기본 원칙을 일탈하고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이 법안을 경제 살리기로 포장하여 강행처리를 공언하고 있는데 이는 혹세무민에 다름 아니다. 정부입법으로 추진하여 입법예고까지 했다가 슬쩍 의원발의 형태로 돌려 입법을 추진한 것 자체가 입법의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우리경제의 건전성을 해치는 경제 죽이기 법안을 경제살리기 입법으로 미화하여 강행처리 하려는 것에 어떤 국민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이외에도 ‘사이버모욕죄’나 ‘집회시위관련 집단소송법’ 도입 등은 모두 시민들의 권리를 제약하는 반민주적 악법들이다. 이렇게 잘못된 법안들을 강압적으로 처리하려는 정부여당의 태도는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 될 수 없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여야 간 극단적 대립을 푸는 유일한 길은 여당인 한나라당이 쟁점법안에 대한 강행처리 포기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고, 야당과 국민여론을 존중하여 국회를 운영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이른바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시급처리 법안들은 시급하지도 않고, 지극히 정권적 이익에 부합되는 내용들뿐이다. 이러한 법안처리에 소모적으로 힘을 사용하기 보다는 현재의 경제위기에 고통을 받는 서민, 실업자, 중소기업을 위해, 말 그대로 위기극복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끝까지 의회주의 기본원칙을 무시하고 힘에 의존한 국회운영을 도모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자신들의 뜻대로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여당 모두에게 불행한 상황이 초래 된다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는 우리 헌정사가 주는 교훈이다. 정부여당이 국민여론을 존중하여 큰 결단으로 국회 정상화에 나서 주길 간곡하게 촉구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개요
경실련은 1989년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라는 기치로 설립된 비영리 시민단체로서, 일한만큼 대접받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시민운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특히 집, 땅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 근절, 아파트가격거품 제거, 부패근절과 공공사업효율화를 위한 국책사업 감시, 입찰제도 개혁 등 부동산 및 공공사업 개혁방안 제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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