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정부와 여당이 비정규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강행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바꾸지않아 노동계는 물론 시민사회에까지 비난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조선일보가 비정규직 문제를 정규직 노조의 책임으로 떠넘기면서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24일부터 이른바 <600만 비정규직-우리도 인간답게 살고싶다>라는 기획연재 기사를 싣고 비정규직 문제를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사이의 갈등’, ‘정규직 노동자들에 의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로 호도하더니 오늘(31일)에는 <민노총 특권 버려야 비정규직 숨쉴 수 있다>는 사설을 내보냈다.

조선일보는 사설의 제목에서부터 비정규노동자들의 고통이 민주노총을 비롯한 정규직 노동자들의 ‘특권’에 기인하는 것처럼 몰아가는 한편 비정규법안의 내용, 비정규직이 급증한 원인 등을 왜곡하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민주노총에게 풀라고 억지를 부렸다.

우선, 사설은 정부 여당의 비정규직 법안이 “조항에 따라 사용주에게 유리한 부분도 있고 노동계에 유리한 부분도 있다”며 재계로부터 일정한 ‘양보’를 받아낸 법안인 양 주장했다.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사후에 구제하는 조항이 “노동계에 유리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3년 이내에서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제한없이 쓸 수 있도록 함으로써 비정규 노동자를 무제한으로 양산하고, 파견 근로의 대상을 사실상 전면 자유화함으로써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급속한 확산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아울러 ‘동일가치 동일임금 원칙’을 포기해 정규-비정규 노동 사이의 임금과 근로조건에 있어 차별을 용인하는 조건에서 ‘사후적 권리 구제’는 사실상 생색내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또 비정규 노동자와 정규 노동자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데는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규직이 임금 삭감이나 동결에 동의하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노조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라는 등의 주장을 폈다. 나아가 “민노총이 정말 비정규직을 위한다면 먼저 정규직 임금삭감을 제의하고 그 돈을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돌리라고 나서야 한다”고 까지 요구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노조의 공세에 밀려 정규직 임금을 매년 크게 올릴 수밖에 없었던 기업들이 해고가 자유롭고 임금이 싼 비정규직 채용으로 활로를 찾으려 했던 것”이라며 비정규 직이 확대된 것을 정규직노조 탓으로 돌린 후, “이 상황에서 비정규직 고용까지 막아버리면 기업들은 다시 살길을 찾아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로 공장을 계속 옮길 수밖 없다”며 협박성 주장까지 폈다.

한마디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정규직 노동자의 몫에서 덜어내와야겠다는 얘기인데, 비정규 노동이 왜 확산되었으며, 이 문제가 경제 전반,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모르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왜곡하는 주장이다. 지난해 우리 기업들의 가처분소득이 크게 늘어났음에도 우리 국민소득 중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는 기업들의 비정규직 고용이 경기 변동에 대한 탄력성을 갖기 위한 수준을 넘어서 임금 삭감의 수단으로 고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이다. 기업들이 정규직 노조의 임금 상승 압박 때문에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게 아니라 기업의 소득이 늘어도 임금을 늘이지 않는 수단으로써 비정규노동자가 악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이같은 상황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임금의 일부를 비정규직에 양보하라는 주장은 내수를 진작시키고 경기 침체를 벗어나는 데는 실상 효과가 없으니, 입맛 열면 ‘경제, 경제’하는 조선일보의 태도와는 어긋나도 한참 어긋나는 것이다.

지금 우리 경기침체의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노동자들의 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인한 내수침체이다. 비정규 노동자의 확대는 빈부격차와 사회 양극화를 부추기는 동시에 고용불안과 소득 감소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조선일보가 주장하는 경제 살리기가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면 비정규직의 확대를 골자로 한 법안의 통과를 압박해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부추기고 ‘네 몫을 나눠주라’고 독촉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 아닌가.

조선일보가 우리 경제를 걱정하는 일말의 충정이 있다면 정규직 노동자들을 향해 임금을 나누라고 몰아부칠 것이 아니라 기업이 성장하는 만큼 노동자의 ‘파이’를 키우라고 재계에 요구해야 한다. 아울러 노동자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비정규법안의 강행 처리를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것이 순리이며, 비정규법안을 노사정이 대등한 위치에서 논의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겉으로만 비정규 노동자를 걱정하는 ‘척’하면서 재계의 입장을 앞장서 대변하는 조선일보의 얄팍한 술수는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2005년 3월 31일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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