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자 조선일보 사설에 대한 조반연 논평
또 다시 조선일보는 이성적인 비판과 대안이 없는 ‘감정적 정부 흔들기’에 나설 셈인가.
오늘(8일)자 사설 <“한국은 미래 위한 장기계획이 없는 나라”>는 ‘경제자유구역을 한국의 전 국토로 확장하라’는 프란스 햄프싱크 주한 EU상공회의소 회장의 얼토당토 않은 주장을 빌미로 못마땅한 정부를 흔들어나 보자는 뒤틀린 감정의 표현에 불과하다.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햄프싱크 회장의 “한국은 미래를 위한 진정한 의미의 장기개발프로젝트가 없다”, “동북아 허브 계획도 임시변통에 지나지 않으며, 기껏해야 지리적 위치를 이용해 ‘물류 틈새’ 시장이 되려는 것”란 발언을 부각시켰다. 아울러 “그동안 ‘개방형 통상국가’니 ‘동북아 경제중심’이니 구호만 요란했지 그걸 실천하기 위한 행동은 없었다”며 “이 정권 주역들은 구호로 정권을 잡았으니 국가 운영도 구호로 못할 게 없다는 착각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리고는 “한국의 유일한 대안은 싱가포르와 두바이처럼 나라 전체를 자유무역지대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란 햄프싱크 회장의 주장에 대해 “맞는 말”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러한 조선일보의 행태는 ‘친자본신문’, ‘친재벌신문’으로 불리는 중앙일보의 사설과 비교해볼 때도 도를 넘어선 것이다. 같은 날 중앙일보도 햄프싱크 회장의 발언과 유럽상의 기자회견의 내용을 사설로 다루면서 외국자본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주장했으나 나라 전체를 자유무역지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따위의 주장에는 차마 동조하지 못했다. 중앙은 “이들의 요구대로 나라 전체를 자유무역지대로 만들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대신 정부와 공무원의 “비지니스 마인드 무장”과 규제완화, 관료주의 극복 등을 주장해 최소한의 형식적인 논리는 갖췄다.
이성을 상실하다시피 한 조선일보의 사설을 보며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눈에는 햄프싱크 회장의 발언이 그저 ‘정부 흔들기’의 호재로밖에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우리는 이런 조선일보의 태도가 최근 정부의 대일 강경책과 ‘동북아균형론’ 등에 대한 불만을 왜곡된 방식으로 표출한 것이라고 본다. 아울러 위헌 논란을 부른 경제자유구역 정책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자신들이 대변하는 수구기득권 세력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현 정부를 끊임없이 비난해야 하는 딜레마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 정부의 경제자유구역 정책을 제대로 비판하려면 경제자유구역이 국제투기자본에 의해 노동3권, 교육권, 의료권, 행복추구권 등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각종 기본권을 침해받는 ‘도박장’으로 전락하리라는 위험성을 지적해야 한다. 하지만 경제자유구역을 찬성하는 조선일보로서는 이런 비판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일부 경제자유구역에서만이라도 해외자본의 이익을 관철시켜보겠다는 중앙일보식의 ‘친자본적 대안제시’로는 정부를 속시원하게 공격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조선일보는 “이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다는 경제자유구역이 이 모양이니 다른 부문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고 ‘자학’하면서 대안이라고는 ‘전 국토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식의 황당한 주장밖에 없는 비난 위한 비난, 얕은 수의 비난으로 나아가게 된 것이다.
참으로 한심하고 초라한 몰골이 아닐 수 없다. 이런식의 감정적 비난이 독자들에게 계속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조선일보가 이런 기조로 10년만 더 간다면 조선일보의 사설은 더 이상 비판할 가치조차 없는 ‘가십’ 수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조선일보는 “한국은 미래 위한 장기계획이 없다”며 자본의 요구를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는 정부를 비난하지만, 정작 ‘미래가 없는 신문’은 바로 조선일보다.
2005년 4월 8일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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