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 개통 1년에 즈음한 청년환경센터 논평
고속철은 개통 이후, 비싼 요금과 잦은 고장, 연계교통망의 미비, 소음과 진동으로 인한 인근지역 피해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게다가 작년 9개월 동안 2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5천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철도공사의 기존 부채 4조 5천억원을 더하면 고속철은 빚더미를 안고 달리는 기차인 셈이다.
철도공사는 앞으로 이용객의 수가 늘어날 것을 바라보고 있지만, 실제 이용객의 수 또한 당초 예상한 15만 5천명에 훨씬 못 미치는 7만 4천명에 불과하다. 영업이익도 21억원으로 예상했던 46억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특히 현재 호남선의 경우 승차율이 27% 밖에 되지 않는다.
때문에 지난 2월 16일 이해찬 국무총리가 호남고속철 건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은 당연하다. 호남선의 개통을 위해서는 약 15조원의 투입이 필요하지만, 그 역시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하는 골치덩어리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고속철도가 이렇게 적자를 싣고 달리는 데는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밀어붙이는 관행에 그 근본 원인이 있다. ‘빠르게 달린다’는 명목만 두고 ‘달리는 것’ 이외의 어떤 것에도 구체적인 계획 없이 세워진 고속철. 운행에 필요한 경제적 여건이 전혀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부풀리기로만 채워진 수요예측. 개통되기만 하면 경제가 발전하는 양 왜곡되어 온 고속철 건설의 역사.
한 해 5천억원으로 예상되는 적자, 다시 실시되고 있는 천성산 구간의 환경조사, 소음이나 진동 등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주민들, 4천억원이나 쏟아 부어 지었으나 연계 교통망 미비로 이용객이 없는 광명역 등은 밀어붙이기 식 국책사업이 숨기고 싶은 허물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철도공사는 그 문제의 원인이 마치 공사지연 등으로 인한 것인 양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허물은 숨긴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원인을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밝히고 그에 따른 책임감 있는 정책이 마련될 때만이 진정한 문제 해결임을 알아야 한다.
그대 아직도 속도의 환상에 빠져있는가. 고속철 개통 1주년을 맞이하는 지금은 속도로 포장되어 있는 환상에서 벗어날 때이다. 고속철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 근본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다른 곳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이제 정부와 철도공사는 고속철 문제의 근본원인을 겸허히 받아들여 앞으로 계획되고 있는 호남선 개통을 비롯한 여타의 국책사업에서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05년 4월 1일
청 년 환 경 센 터
웹사이트: http://eco-cen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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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18일 1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