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 우리 작가들은 당시 여름을 뜨겁게 달구고 있던 GS칼텍스(구 엘지정유)사태와 관련하여 사측과 노조 측이 원만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길 소망하는 성명을 냈었다. 애초에 GS칼텍스(구 엘지정유) 노동자들의 요구는 크게 세 가지로, 1)비정규직노동자들의 차별철폐 및 정규직화, 2)지역사회발전기금 출연을 통한 기업의 사회공헌, 3) 주5일제 실시를 통한 사회적 실업 해소였다. 하지만 일부 언론과 정부는 노조의 사회적 요구를 폄하하고, 오히려 고임금노동자들이라는 조합원들의 개별적 처지들만을 가십화했다. 그러다보니, 건강한 사회적 토론과 합의 과정은 생략된 채, 집단따돌림하듯 GS칼텍스(구 엘지정유. 이하 표기하지 않음) 노동자들만을 공공의 적인 양 내몰아갔다. 언론과 공권력, 그리고 경제단체의 지원을 등에 업은 GS칼텍스 사측은 이러한 상황을 십분 이용하여 ? 陸뗌?어떠한 대화 요청에도 응하지 않는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즉 문제의 본질은 외면되고 부분성이 핵심인 양 호도되어 ‘정치적 탄압과 여론의 외면을 받아도 싼 집단’으로 몰아간 것이었다. 문제 해결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부와 기업집단, 그리고 이를 공론화해 나갈 언론이 한 역할은, 3000여명에 이르는 공권력의 공장 투입, 편파적인 직권중재 결정, 불법파업화, 정규직과 비정규직노동자들 사이의 불화 조성, 폭력적인 노조탄압에 대한 묵인이었다.
먼저 양보를 하고 들어 간 것은 GS칼텍스 노조였다. GS칼텍스 노조는 선복귀 후대화를 사회적으로 공언한 사측을 믿고, 무조건 복귀를 선언하고 공장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린 건, 대화가 아닌 사례를 찾아보기도 힘들 정도의 탄압이었다. 근 석 달 동안 현장 복귀는 통제, 거부당했고, 3000여 명의 공권력도 철수하지 않은 채 사측의 각종 부당 노동행위와 정도를 벗어난 인권탄압을 방조, 묵인했다. 차라리 거들었다는 판단이 정확할 것이다.
노조 지도부들이 구속되고 급격히 힘을 잃은 노조원들은 도마 위에 얌전히 오른 생선이었다. 사측은 언론이나 사회적 관심으로부터도 멀어져 남도의 끝에 고립된 이들을 양심의 끝자락까지 파헤쳤다. 장장 5개월여의 기간 동안 해고 등 징계 위협에 몰린 조합원들은 경위서 작성, 서약서 작성, 반성문 작성, 나의 각오 제출, 그리고 사측이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교육의 이수, 징계위원회 출석 등을 통해 자신의 양심자유에 반하는 각종 노동 탄압, 인권 탄압에 수수방관 응할 수밖에 없었다. 보복의 두려움에 싸인 노동자들이 사측의 압력에 못 이겨 투쟁조끼 절단식, 머리띠 반납 행사를 벌이고, 주유소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정문 앞에 도열해서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며 고개를 수그려야 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거의 모든 것을 내어주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해체하고 사측이 원하는 방향의 직무대행 체재를 용인해 주었으며, 민주노총과 결별해야 했다. 사측을 대상으로 했던 모든 고소고발을 취하해 주었고, 구속자들은 혐의의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민주노총 법률원 소속 변호사를 일반 변호사로 바꿔주었다. 12월로 예정된 징계에서 일반 조합원들을 지키기 위해 입에는 스스로 바위만한 재갈을 물었고, 발목에는 스스로 쇠고랑을 채우고 숨쉬는 일 이외의 모든 행동을 자제했다. 오히려 지역사회와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인권탄압 엘지’를 규탄하기 위한 엘지정유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펼쳐졌지만 오히려 대외적으로 자제를 부탁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무자비한 탄압뿐이었다. 8명의 지도부들은 구속되어 1, 2심에서 징역 3년과, 2년 6개월씩을 선고받았다. 고소 고발당한 조합원은 총 127명으로 여기에는 조합원 부인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23명이 해고되었고, 235명은 정직, 145명은 감봉, 247명은 견책에 처해졌다. 노조간부 29명에게 1인당 9천만 원씩, 5명에게는 1인당 2천만 원씩 등 총 37억 1천만 원의 손배가압류가 떨어졌다. 구속자들에 대한 인간적 차원에서의 면회조차 금지, 감시당하고 있고, 해고자들을 만나고도 보고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공영방송의 인터뷰에 응했다는 이유로 추가 해고를 당해야 했다.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되고 음성은 변조했지만 화면분석을 통해 미세한 손등의 상처를 추적한 사측은 결국 당사자를 찾아내었다. 또한 노동법상 정당한 권리인 산별전환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 글을 작성, 제출케하고, 40여 명에 이르는 조합원들이 민주노동당을 탈퇴하게끔 했다. 이는 헌법에도 명기된 개인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일로 당대의 어떤 집단도 강제하지 않는 야만적 정치탄압이다. 겁에 질린 노동자들에게 정당탈퇴확인원이라는 미증유의 서류까지 만들어 발급해주어야 했다니, 이쯤에 이르면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한 국가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그 역능을 그 누가 GS칼텍스 사측에 부여해 주었단 말인가?
노동자들이 사측에 제공하고 있는 것은 한정된 노동시간과 서로의 합의에 따른 한정된 노동력이지, 자신의 자유의지와 양심의 모든 것이 절대 아니다. 이것을 비틀어 굴종을 강요하는 일은 노무관리가 아니라, 천민자본의 폭력일 뿐이다.
물론 우리는 알고 있다. 그 주장의 요지가 당대에 참된 것이라 하더라도 그 모든 것은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해 조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계급 계층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일은 이해당사자와의 갈등을 야기 시키는 일이기에 합의 가능한 의제를 갖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이러한 양자간 태도를 권장하고 계도해야 할 사법기관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구속자들을 대상으로 한 2심 법원의 판결요지는 ‘출소하면 노조를 재건할 우려가 있어’ 풀어줄 수 없다는 것이다. 노조를 재건하는 일을 법원이 견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노동자들의 단결권과 단체행동권, 단체교섭권은 당연한 헌법상의 노동자들의 권리다. 이렇듯 합법적인 노조 결성 및 이의 재건을 이유로 노동자들의 인신을 구속한 고법의 판결은 재고되어야 함을 넘어 사회의 정의를 오히려 흐트린 반헌법행위로 ! 규탄받아야 할 것이다. 징계를 최소화할테니 당신의 권리인 정치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 결사 표현의 자유를 회사에 헌납하라는 GS칼텍스야 말로 법적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우리 작가들은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근 1년째 지속되고 있는 GS칼텍스 문제가 단지 노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이런 심각한 인권 유린이 조금씩 쌓여 나중엔 우리 사회의 최소 민주주의의 기반까지도 허물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 우리들이 결과적으로 GS칼텍스 노동자들을 옹호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다수의 여론이 그들을 힘센 노동귀족인 양 몰아갔지만, 그들 역시 일개 사기업의 전방위 탄압에 수모스럽게 무너지는 약자였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리는 도덕적이지 못한 물리력과 모멸감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는 집단이야말로 우리 시대가 극복해야 할 메인스트림이라고 판단한다. 과거 군부독재 시절 국가권력이 행하던 밥줄을 쥐고 취조와 협박, 이간질 고자질, 자술의 강요 같은 인간성의 학대가 이제는 일부 악질적인 사? 蓚宕湧?안방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 이것을 극복하지 않고는 지금껏 일궈온 자유민주주의조차 퇴행된다고 보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부정하지 않지만 개인의 양심과 사회정의까지를 훼손시키는 잘못된 기업윤리만큼은 두고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작가와 학자의 책을 두고 국가보안법으로 검증의 칼날을 들이대는 행위와 결코 다르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인 것이다.
앞서 밝혔지만 GS칼텍스 노동자들과 노동조합 역시 상대적으로 나은 삶의 환경에서 사회적 연대 책무를 충분히 못해 왔다는 깊은 자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자기희생과 진정한 연대의식으로 자신들보다 더 열악한 삶의 조건에 처해 있는 계층과 사회에 복무하고자 할 때만이 국민적 지지를 얻고 역사에 공헌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GS칼텍스 노동자들이 제기했던 사회적 문제들은 오간데 없이 묻히고, 그들의 인신은 구속되고, 행동은 방해받고 있다. 이렇게 길들인 노조와 함께 회사는 임금동결 등 노사화합을 이루었다고 한다. 일부 언론은 이렇게 물리력으로 평정된 산업현장이 모범적인 노사화합의 사례인 양 대서특필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똑똑히 보고 있다. 그 이면의 공포를, 굴욕과 비애를. 역사는 그 저점에서 출발했다. 좁은 틈에서 피는 자유의 꽃을 놓치지 않는 일이야말로 작가와, 한발 앞선 사회를 만드는 일에 가치를 두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어야 함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는 어떤 노동계층도 소외와 차별받지 않기를 원한다. 고임금자든 저임금자든, 노동자든 고용자든 자신의 인권을 보장받고 유무형의 폭력으로부터 보호받기를 원한다. 법적보호도 제어도 평등하게 적용되기를 바란다. 대화로서 타자를 ! 인정하고 공언한 약속이 반드시 이행되는 합리와 상식을 바란다.
2005년 4월 18일
민족문학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 참여 문학인 일동
■ 서명 문인 명단
[시인] 강금중 / 강덕환 / 강승필 / 강창훈 / 고선주 / 구자홍 / 권혁소 / 금미자 / 김광렬 / 김경수 / 김경윤 / 김경주 / 김경훈 / 김근 / 김기연 / 김길녀 / 김남숙 / 김명남 / 김명환 / 김민형 / 김병윤 / 김사이 / 김사인 / 김수열 / 김서현 / 김성주 / 김순남 / 김용만 / 김윤곤 / 김은경 / 김인호 / 김준태 / 김창규 / 김청미 / 김판용 / 김해자 / 김해화 / 김형수 / 나종영 / 노현수 / 류근삼 / 류외향 / 류정환 / 문동만 / 문영종 / 문충성 / 맹문재 / 민영 / 박경원 / 박관서 / 박두규 / 박남준 / 박선욱 / 박상률 / 박승옥 / 박영근 / 박영희 / 박일환 / 박정애 / 박진현 / 박찬 / 박철영 / 박춘석 / 배창환 / 백신중 / 서정원 / 서정홍 / 성수자 / ? 欖섹퓔??/ 송경동 / 송태웅 / 신왕우 / 신정민 / 신현수 / 심호택 / 안도현 / 안상학 / 안현미 / 안효희 / 양전형 / 오도엽 / 오세미 / 오승국 / 오인경 / 유강희 / 유종순 / 윤석구 / 이경재 / 이명희 / 이민숙 / 이설야 / 이수동 / 이승철 / 이세기 / 이시영 / 이영주 / 이은송 / 이종형 / 이철산 / 이하석 / 이한주 / 이효복 / 임종철 / 장애선 / 전기철 / 전다형 / 전덕순 / 전성미 / 전정우 / 정군칠 / 정진경 / 조성국 / 조영애 / 조영옥 / 조정 / 조진태 / 조현옥 / 조혜영 / 진관 / 차주붕 / 차옥혜 / 천승현 / 최영진 / 최자웅 / 최정환 / 한상현 / 황금숙 / 황길엽 / 허영선 / 효림(이상 130명)
[소설가] 강규형 / 김병융 / 김서령 / 김영자 / 김재호 / 김종광 / 김종성 / 김창섭 / 김태구 / 김한수 / 김현(부산) / 맥리 / 박혜강 / 서성란 / 서해성 / 손홍규 / 안이희옥 / 안재성 / 염경석 / 오경훈 / 오수연 / 옥태금 / 유영갑 / 윤규열 / 윤동수 / 이경혜 / 이명한 / 이미옥 / 이상섭 / 이인휘 / 이혜경 / 정우련 / 정인 / 정혜주 / 조세희 / 조정현 / 한상준 / 현제훈 / 홍명진(이상 39명)
[문학평론가] 고명철 / 김동윤 / 김병택 / 김영호 / 남송우 / 신승엽 / 오창은 / 윤지관 / 이희환 / 임헌영/ 홍기돈 / 황광수(이상 12명)
[희곡, 동화 등] 김종필(동화) / 모순영(예술행정) / 문영숙(동화) / 박수정(희곡) / 박인혜(희곡)<이상 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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