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깨어진 신뢰의 무덤위에 발족하는 투명신뢰협의회를 고발한다”

뉴스 제공
한국투명성기구
2009-12-09 09:24
서울--(뉴스와이어)--12월 9일 국민권익위원회는 반부패를 위한 공공-민간의 협력체인 ‘투명신뢰사회실현을위한정책협의회(이하 투명신뢰협의회)’를 발족시킨다고 한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공공-정치-경제-시민’이 손에 손을 걸고 투명사회를 약속하며 체결한 ‘투명사회협약’은 어디로 가고, 이제 와서 새로 협의회를 구성한단 말인가?

지난 2005년 3월 9일, 반부패 투명사회를 향한 전사회적인 약속인 ‘투명사회협약’이 체결되었다. 이는 그간 부패통제의 대상으로만 규정되던 정치인, 공직자, 기업인이 시민사회와 손잡고 투명사회를 위해 노력하기로 온 사회에 천명하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첫 걸음이었다. 이후 각 부문은 분담금 납부와 실천과제 이행 등 투명사회를 향해 힘써 왔다. 그 뿐 아니라 지역별 협약과 분야별 협약 등 추가협약으로 발전하면서, ‘협력을 통한 부패 통제 방법으로서의 투명사회협약’이 국제적 주목을 받아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가 최초 서명 당사자 가운데 한 사람이며 또한 후보 시절 투명사회협약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협약은 정부에 의해 중단되고 말았다. 2008년, 협약의 주요 당사자였던 정부는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한 분담금 지원을 일방적으로 중단하였으며, 예산횡령 의혹 운운하며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진행하였다.

또 다른 당사자인 국회는 전액 삭감된 예산안을 제출·통과시켜 합의를 져버렸으며, 경제 부문 일부도 투명사회협약에 대한 분담금 납부를 중단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참여했었다는 식이었다. 이러한 협약정신을 산산이 부숴 버린 처사에 반발한 시민단체들이, 이는 투명사회협약의 파기라며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해산 과정에 나섰던 것이 바로 올해 초에 벌어진 일이 아니었던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국제사회는 여러 경로를 통해 한국 반부패기구의 독립성 약화와 정부의 친기업 정책에 따른 반부패 정책 약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또한 투명사회협약의 지속적 추진을 권고한 바 있다. 이런 이명박 정부 하에서의 반부패 정책의 후퇴는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의 추이에서도 확인된다.

지난달 발표된 ‘2009년 부패인식지수’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작년 2008년 5.6점에서 5.5점(10점 만점기준, OECD국가평균 7.04)으로 2003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지수가 하락했다. 0.1점의 하락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투명사회협약 체결 이후 꾸준하게 상승해 왔던 지수의 상승폭을 감안한다면 이 결과는 결코 무시할 수 없으며, “순위는 상승했다(권익위 보도자료 2009.11.17)”며 스스로 위안삼아 받아들여서는 안되는 것이다. 오히려 이를 이명박 정부 들어서 반부패 정책이 퇴조한 데 따른 당연한 귀결로 받아들이고, 반성과 사과,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출발의 계기로 삼는 진정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런데, 투명사회협약 파기 과정에서 중요한 한 몫을 차지했던 국민권익위원회가 이번엔 ‘투명신뢰협의회’라는 새로운 민관협의체를 발족시킨다고 한다. 협약을 깨뜨린 데 대한 한 마디 해명도, 사과도 없지 않았는가? 이처럼 헌신짝처럼 약속을 저버린 자리에 ‘신뢰’라는 이름을 붙여 투명사회협약을 대체할 또다른 깃발을 꽂겠다는 말이 아닌가? 무엇이 투명이며, 무엇이 신뢰인지에 대해 그 개념이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그런 투명신뢰협의회가 어떻게 우리사회의 투명성과 신뢰를 위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이제 국민권익위원회가 모든 실무를 담당하고 예산도 부담한다고 하니, 이처럼 아무런 실천적 ‘부담’ 없는 ‘무늬만’ 비슷한 협의체를 위해 국민들의 피땀 어린 세금을 헛되이 낭비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출범 후의 사업도 이렇다 할 것이 없다. 과거 투명사회협약은 협약문에 각 참여자들의 역할을 명시하고 이를 이행,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문안 하나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도 수개월간에 걸친 공동의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 노력을 함께 실천하는 과제를 사업화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투명신뢰협의회는 이런 사업조차 없지 않은가? 그냥 각자 알아서 하면 되는 것이라면 왜 국민의 세금을 들여 굳이 이 협의체를 조직하려는 것인가?

우리가 정말 분노하는 것은 이것이 투명사회협약을 높이 평가해온 국제사회로부터의 따가운 시선을 모면하기 위해 ‘짝퉁 협의체’를 만들어 투명사회협약을 흉내만 내는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사회적 자본인 투명성 확립, 신뢰 구축은 어느 한 주체만의 단독 플레이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사회협약 모델을 도입한 투명사회협약이 출범했던 것이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력하여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오히려 부패에 대한 내성,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만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똑똑히 알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남고 마는 것이다.

더구나 이른바 ‘투명신뢰협의회’는 12월 9일 발족된다고 한다. 이 12월 9일이 무슨 날인가? 유엔이 정한 세계반부패의 날이며, 이는 유엔반부패협약의 조인을 기념하며 정한 날이다. 이미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140개 국가가 비준한 유엔반부패협약은, 특히 독립적 반부패기관의 운영(제6조)과 시민사회와의 협력(제13조)을 필수적 이행과제로 규정하고 있다. 세계반부패의 날에 약속이 깨진 쪽박 위에 새 약속을 기념한다는 것은 세계반부패의 날을 모독하는 것이요, 전세계 반부패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비웃는 일이 되지 않겠는가?

우리 반부패전국네트워크와 전국부패방지시민센터 참여단체는, 그동안 국가청렴위원회(현, 국민권익위원회)와의 협력관계를 소중한 가치로 간직하며, 확산 과정에 있던 투명사회협약이 결실을 보기도 전에 국민권익위원회로 통합된 후 파기된 것에 대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에, 정부, 정치권, 그리고 경제단체들에게 지금이라도 투명사회협약 파기의 책임을 인정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무늬만이 아닌 투명사회협약을 실질적으로 복원하여, ‘공공-정치-경제-시민’의 진정한 협력을 통한 실천노력을 이어나갈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2009년 12월 7일
반부패전국네트워크/전국부패방지시민센터

한국투명성기구 개요
(사)한국투명성기구는 1999년 8월 24일 반부패 활동을 통하여 국민들의 의식을 개혁하고, 부정부패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사회전반의 부정부패를 없애고 맑고 정의로운 사회건설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모여 ‘반부패국민연대’라는 이름의 비영리 비정부기구(NGO)로 출발하였다. 2005년에는단체명칭을 ‘한국투명성기구’로 변경하였습니다. 전국에 지역조직을 두고 있는 한국투명성기구는 그동안 주요 활동으로 반부패투명사회협약운동, 시민옴부즈만 사업, 법제와 정책의 개발과 연구ㆍ조사 사업, 교육ㆍ홍보 및 문화 사업, 국내외 관련 단체, 기관 등과의 연대 사업, 출판사업, 기타 우리 법인의 설립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각종 사업 등이 있다. 한국투명성기구는 2000년부터 독일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의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는 전세계 100여개 국가에 지부를 두고 있는 국제NGO이다.

웹사이트: http://ti.or.kr

연락처

한국투명성기구 총무국
전경미
02-717-6211
이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