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법 개정안 처리에 대한 경실련 입장

2009-12-10 11:03
서울--(뉴스와이어)--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7일 한국은행에 제한적인 금융기관 조사권을 부여하고 한은 설립 목적에 물가안정 외에 금융안정 기능을 추가하는 내용의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의결, 법사위로 넘겼다. 그러나 기재위의 개정안 의결 후,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등 관련 정부부처는 한은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경실련은 작금의 상황이 한은법 개정의 근본 취지가 퇴색되면서 자칫 관련 부서 간의 밥그릇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 같아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다음과 같이 한은법 개정의 근본 취지와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먼저, 한은법 개정은 작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금융안정 목표 달성을 위한 거시건전성 규제·감독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그에 따라 거시건전성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관련제도에 대한 재정비 차원에서 필요하다.

지난 금융위기의 특성은 사전에 시스템 전체를 보지 못했다는 점인데, 각국은 이에 대한 반성으로 거시건전성 규제·감독의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국제적으로 금융규제감독의 기본 틀을, 특히 거시건전성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재정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금융안전망 전반의 구조와 운영에 초점을 맞춘 금융제도의 광범위한 개혁을 모색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긴요하다. 금융안전망의 전반적 재설계라는 관점에서 감독기구, 중앙은행, 예금보험기구, 정부 등 참여기구 사이에 직무·기능·권한·수단이 최적 배분되도록 하고, 이들 사이에 기능적 협력과 수평적 견제가 원활하도록 우량지배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금융제도 개혁을 위한 올바른 접근법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금융안전망 전반의 광범위한 개혁이 장기적으로 시간이 필요하고, 상당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먼저 거시적인 금융안정 차원에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 부분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다.

둘째, 현재 한국은행의 권한 미약으로 인해 거시건전성 규제·감독이 효율적이며 효과적으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것 역시 한은법이 개정되어야 하는 근거이다. 금융감독원은 금융기관에 대한 일상적 감독과 검사 및 소비자 보호를 책임지는 미시적 관점의 감독권한을, 한국은행은 중앙은행으로 통화, 금리, 외환 등 거시변수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거시적 관점의 감독권한을 갖고 있으나 양자 간 협력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한국은행의 권한이 미약하여 거시건전성 규제·감독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위기 시에 최종대부자 기능을 갖는 중앙은행의 역할제고와 미시적 관점이 아닌 거시적 차원의 금융안정 변수를 파악하기 위한 개선조치는 불가피하다.

그러므로 한국은행이 금융안정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그에 따른 조사권 등 권한이 반드시 부여되어야 한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을 위한 정보수집권은 개별금융기관, 시장, 지급결제제도에 관한 중앙은행의 정보수집·분석기능이 금융안정에 크게 긴요해진 상황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 현재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 수행에 필요한 경우 금융감독원에 검사·공동검사를 요구할 수 있으나 영역제한·검사지연 등으로 한국은행이 금융안정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적기에 습득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셋째, 한국은행의 설립 목적에 금융안정 기능이 명시적으로 부여되지 않아 한국은행이 물가안정 기능과 함께 금융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엔 무리가 있다. 중앙은행은 거시건전성 감독을 통해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현재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의 금융안정 책무는 관련법에 명시적으로 언급되어 있으나, 금융안전망의 전문 참여기구 중 하나인 한국은행은 목적조항에 금융안정 책무를 명기하지 않고 있다. 작년 금융위기로부터 얻은 교훈은 금융 불안정이 시간이 가면서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고 이를 위해서는 한국은행에 금융안정 기능을 명시적으로 부여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한국은행은 최종대부자로서 권한과 수단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간 금융안정기능을 수행해온 경험과 역량을 구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종합적으로 보면 현대의 금융시장에서 한국은행의 주목적인 통화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데 금융안정 기능이 필요하며, 한국은행이 그 역할과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현재의 역할과 위상을 더욱 명확하게 하고 그에 따른 권한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경실련은 위와 같은 한은법 개정의 필요성에 근거해서 볼 때 이번 국회 기재위의 한은법 개정안 의결은 내용적으로 다소 제한적이지만 단독조사권과 금융안정 기능 최소한 근거 부여 등 개정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본다. 따라서 국회 기재위가 1년여의 논의를 거쳐 처리한 법안을 정부기관 간 이해다툼의 산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그 입법취지와 필요성이 충분한 만큼 법사위와 국회는 한은법 개정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하여 기재위 원안대로 의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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