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의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시행을 위한 입법예고안’에 대한 경실련 입장

2010-03-23 11:40
서울--(뉴스와이어)--정부는 22일, 의약품 저가구매인센티브제도를 둘러싼 그간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함으로써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시행을 위한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경실련은 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시장형 실거래가제도가 실효성 없는 제도일 뿐 아니라 약가의 이윤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 체계와는 맞지 않는 것이고 기존 음성적이고 불법으로 간주되던 리베이트를 합법화시켜 주는 방안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 이에 경실련은 복지부의 입법예고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소비자에게 부당한 부담을 지속시키는 시장형 실거래가제도의 강행 추진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의약품 리베이트는 건강보험제도를 떠나서 산업적 측면에서도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것으로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마련한 약가제도 개선안은 약가에 마진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현행법 체계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정부 스스로 현행 제도를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점에서 최종 소비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중대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현행 실거래가제도는 의약분업과 동시에 도입된 제도로 약가의 마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의약분업 하에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의약품의 처방 및 조제에 대해 별도의 수가를 지급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통 조제료를 별도로 지급하지 않고, 약가의 일정 부분을 마진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해주고 여기서 이익을 남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에서는 처방료(현재는 진찰료에 통합되어 있음)와 조제료를 별도로 지불함으로써, 의약품과 치료재료에서는 의료기관의 이윤을 인정하지 않고 구입원가대로 청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사용한 의약품의 비용에 관해서는 건강보험 재정에 의한 보험급여가 적용되어 의료기관이 구입한 금액으로 지급해 주고 있다. 이는 의료기관이 국민들에게 의료 전문가로서 환자의 이익을 위해 최적의 의약품을 최저가로 구매하여 처방하라는 취지로 약가마진을 인정하지 않는 대신 보험 수가를 통해 보전해 주고 의약품을 구입한 금액으로 보험재정을 통해 상환해 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저가구매인센티브라는 이름으로 약값에 대한 병의원과 약국의 구매 이윤을 공식적으로 보장해 주겠다고 하는 것은 의료기관의 수익을 이중, 삼중으로 보장해 주겠다는 것이어서 과연 이 대책이 누구를 위한 대책인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둘째, 경실련은 복지부가 의약품에 가격경쟁이 작동하지 않다는 이유로 저가구매인센티브 도입의 근거로 삼는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여러 조사결과를 통해 의약품 거래과정에서 다양한 리베이트 수단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은 이를 둘러싼 가격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이미 제약사는 병원에 의약품을 판매하기 위해 제약사간에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만, 병원과 제약사의 이해가 일치하기 때문에 건강보험에서 가능한 높은 가격으로 신고하고 이를 신고가격대로 보상받아 그 중의 일부는 병원이 리베이트로 가져가고, 나머지는 제약사가 가져가는 구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실거래가격이 평균적으로 기준약가의 99%를 넘나드는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다는 통계수치는 전국의 모든 의료기관이 규모에 상관없이 상한금액으로 의약품 실거래가를 신고하고 있는 현실을 잘 증명해 주고 있다. 따라서 병원은 형식상으로는 저가구매의 유인이 없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매우 강력한 저가구매의 유인을 가지고 있고 그 형태가 리베이트일 뿐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병원이 그동안 취해온 불법 리베이트를 합법적인 리베이트로 인정해 주고 소비자에게는 지속적으로 부당한 부담을 지우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를 병원·약국이 의약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면 그 혜택을 병원·약국과 환자가 공유할 수 있게 하는 제도라고 선전하고 있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셋째, 현재 복지부는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수수자에 대한 처벌수준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행정처분을 기존 자격정지 2월에서 1년으로 행정처분을 강화하고 수수금액의 5배 범위에서 과징금을 징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리베이트 수수자인 의약사, 의료기관에 대한 처벌 수준이 이들이 취한 리베이트 크기에 비해 매우 낮다는 점에서도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복지부는 작년 8월1일부터 시행하는 리베이트 적발시 약가인하폭을 최대 20%로 제한하여,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실제 리베이트로 인한 이익이 더 큰 지금의 상황을 개선해야할 동기부여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리베이트에 대한 과징금이 수수금액의 5배 이하에 불과하여 리베이트를 억제하는데 그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리베이트 적발시 양벌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고, 처벌의 수준도 일정규모 이상의 리베이트에 대해서는 형사 처벌과 함께 의료인의 면허 취소, 제약사의 허가 취소 등으로 그 수위를 높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리베이트 적발시 건강보험의 의약품 가격을 리베이트만큼 삭감해야 한다.

넷째, 현재 우리나라의 약가는 오리지널이든 제네릭이든 소득수준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고 이것이 리베이트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원가에 비해 턱없이 높은 가격은 굳이 위험이 수반되는 R&D보다는 리베이트라는 확실한 수단을 선호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특허 만료시 오리지널과 제네릭 가격 모두 외국처럼 특허만료 이전 가격의 15-30% 수준으로 낮춰, 제약사가 리베이트보다는 연구개발을 통해 성장하려는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안과 같이 R&D투자수준이 높은 제약사에 대해 약가인하시 면제해 주는 것은 특허권에 의해 독점판매권을 부여하고 이미 약가에도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하다.

경실련은 이미 시장형 실거래가제도가 실효성 없는 제도로 실제 작동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이 제도하에서의 약가인하 현상은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진단한 바 있다. 더욱이 복지부의 약가제도 개선안과 같이 품목별 의약품 인하방식은 그 효과를 기대하기가 더욱 어려울 것임을 지적한바 있다.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저가신고로 인해 약가 인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전적으로 가격담합을 조장하게 할 것이고 병의원이나 약국에게는 저가구매를 구실로 제약사에 음성적 리베이트를 더 많이 요구할 가능성만 높이는 제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실련은 정부가 현행 법체계를 부정하는 시장형 실거래가제도의 도입을 중단하고 과다한 규모로 이루어지는 음성적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실거래가격만 정확히 파악되면 약값인하가 이뤄질 수 있으므로 실거래가격의 파악에 주력하여야 할 것임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실거래가 실사를 강화하고 의약품 실거래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감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 국공립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공개입찰제도를 일반병원으로 확대하거나 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기관을 거치지 않고 제약회사에 약제비를 직접 지불하는 직불제를 시행하는 것도 그 방안이다. 또 내부 ‘공익 신고 포상금 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실거래가를 제보한 신고자에게 절감된 건강보험 재정의 일정 비율을 지급하는 등의 인센티브 제도가 마련돼야만 실거래가 파악이 가능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 부담증가를 기반으로 형성된 불합리한 이윤을 대폭 축소함과 아울러 불법적 리베이트 거래에 관여된 당사자들에게 리베이트로부터 얻을 수 있는 편익보다 더 큰 벌칙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

이제 경실련은 의약품 리베이트는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되기 때문에 사회정의 차원에서 반드시 척결되어야 하는 것이지 제약회사와 의료기관의 음성적이고 불법적인 리베이트를 합법화시켜주는 것이 결코 대안일 수 없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 아울러 정부가 약값의 구매이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의료계와 제약업계 사이에서 이를 견주는 사이, 이로 인한 피해는 최종 소비자인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임을 분명히 경고하며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불법적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근본적 대책을 강력히 촉구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개요
경실련은 1989년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라는 기치로 설립된 비영리 시민단체로서, 일한만큼 대접받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시민운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특히 집, 땅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 근절, 아파트가격거품 제거, 부패근절과 공공사업효율화를 위한 국책사업 감시, 입찰제도 개혁 등 부동산 및 공공사업 개혁방안 제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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