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위 법의 주무 상임위인 환노위가 전문적인 검토를 거쳐 채택한 만장일치 결정을 거스르고 있다. 이는 법안심사소위의 위원뿐 아니라, 법사위 전체의원의 의견에 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국회의 정당한 입법권을 가로막는 행위이다.
지난 2월 16일,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단병호의원은 부칙10조의 삭제를 내용으로 하는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일부개정안]을 제출했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1997년, 제3자개입금지법을 포함한 노동악법을 개폐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 당시 입법기술의 잘못된 적용으로 부칙10조를 두었고, 이는 정상적인 법체계 상 적절치 않을 뿐 아니라 당시 입법정신에 반한 경우로, 이제라도 이를 시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이 조항은 무려 10년이나 지속돼 온 노동악법으로, 이미 죽은 법인 제3자 개입금지의 잔재가 산자를 심판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제3자개입금지법은 내란과 군사반란으로 규정된 12.12와 5.18에 의해 설치된 초헌법 기구인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1980년 제정된 정당성 없는 법률이다. 그 이래로, 수많은 노동자와 민주인사를 구속과 수배로 내몰고, 대한민국을 인권탄압국, 노동탄압국으로 불리게 했던 대표적인 반인권, 반민주, 노동악법이었다. 그래서 국내 뿐만 아니라 유엔인권위원회, 국제노동기구(IL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법 제정 이후 줄기차게 폐지를 요구해왔다.
세계적 악법인 제3자개입금지법이 1997년 마침내 사실상 폐지되었다. 이는 수많은 노동자와 시민사회단체의 노력,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의 결과였다. 또한 ‘과거의 잘못된 입법에 대한 입법부의 반성적 고려’의 결과이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 기본권의 본질을 침해하고 있다는, 그래서 종래의 규정에 의한 처벌 자체가 부당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런 경우 ‘종전의 행위는 종전의 법률에 의한다’는 경과규정을 두지 않는 것은 법의 기본이다. 그래서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부칙 10조에 대해 전문가들은 상식적 수준에서도 잘못된 조항이고, 당연히 삭제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법사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왜 유독 한나라당 일부의원들만이 반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없는 노릇이다.
제3자개입금지법에 대한 역사적, 사회적 폐해를 용인하는 것인지, 1980년 국가보위입법회의의 활동을 여전히 두둔하는 것인지 한나라당은 밝혀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개정안이 권영길 의원의 재판을 계기로 제출됐기 때문에 ‘특정인을 위한 법률안이 아니냐, 입법권의 남용이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무책임하고, 궁색한 발상이다. 입법권 남용은 헌법에 반하지 않는 한 성립되지 않으며 부칙의 삭제여부는 법원이나 제3의 기관이 아닌 국회가 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제3자개입금지는 역사적으로 파산선고가 내려진 법안 아닌가.
개정안은 ‘역사의 잘못된 유물을 17대 국회가 청산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제3자개입금지법이 오늘에까지 적용되는 것은 사회적 인식이나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며, 우리 사회의 대단히 부끄러운 일로 기억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한나라당의 행위가, 지역구 의석을 늘리기 위한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의 정략적 의도가 사실이라면, 국민은 이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엄중히 경고한다.
4.30 재보궐 선거에서 각종 탈법과 불법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이제는 국회 의사 일정까지 가로막아 ‘의석 늘리기를 시도’한다면, 이는 심각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변화와 혁신’을 하려 한다면, 과거의 잔재를 청산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제3자개입금지법으로 정권을 유지해온 부끄러운 과거를 가진 한나라당은 더욱 그렇다.
장윤석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의 해당 의원들은 의견을 달리하는 의원들이 있는 만큼, 국회법에 따라 ‘일부개정안’을 당당하게 논의에 부치고, 의원들의 의사를 물어야 할 것이다. 만약 반대한다면 반대의 이유를 가지고 설득하면 될 일이지 안건상정 자체를 막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법사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과 한나라당이 보여준 일련의 행태에 엄중히 항의하고, 이 법안의 6월 임시회 회기 안에 조속히 처리할 것을 촉구한다
2005년 6월 27일
민주노동당 의원단 대표 천 영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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