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번 주민투표는 전국 첫 주민투표라는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주민투표안으로 제출된 내용이 시군 기초자치단체를 폐지를 주요 뼈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혁신안(단일광역자치안)은 시군 기초자치단체와 시군의회를 폐지하고 법인격이 없는 행정시로 통합해 행정시장은 도지사가 임명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를 지방분권과 참여자치를 확대하려는 지방자치의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명백한 지방자치의 ‘후퇴’라고 판단한다. 지방자치법에 명시된 법인격의 통폐합을 어찌 도지사가 마음대로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지 의문이며, 이에 대한 반발로 이미 3개 시장과 군수가 행정권한쟁의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바 있다.
특히 혁신안의 경우 헌법상 전 국민에게 보장된 2층제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참정권 중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참정권을 없애는 결과로 나타나 평등권 침해 등 위헌의 소지가 있다. 이는 제주 행정계층구조 개편 논의가 진정한 자치와 분권의 관점이라기보다는 개발의 편의, 행정의 편리를 추구하는 데서 비롯된 발상이다.
현행유지안인 '점진안' 역시 사실상 미래에 대한 변화를 전제로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주민투표안으로 부적절하다.
그럼에도 이같은 상황이 펼쳐진 것은 민주노동당 제주도당을 비롯해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행정자치부와 제주도당국이 결국 ‘오답’을 놓고 주민투표를 강요하는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는 자칫 이번 제주 주민투표가 정부 및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서 논의되고 있는 행정계층 축소를 위한 시범적 성격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행정 효율성만을 빌미로 풀뿌리 민주주의 핵심인 주민참정권을 축소하는 행태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분명하게 반대한다.
이에 민주노동당은 결코 거짓 '혁신안'에 제주도의 미래를 맡길 수 없으며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켜나가려는 제주도민들과 함께 혁신안 반대운동을 강력하게 펼쳐 나갈 것이다. 또한 주민투표 결과에 상관없이 제주지역 행정계층구조가 자치와 분권의 정신에 따라 개편될 수 있도록 국회법률 제정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것임을 밝힌다.
2005년 7월 14일
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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