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과 평화를 기본정신으로 하는 우리 헌법은 무엇보다 국민의 기본권과 경제민주주의 정신을 담고 있으나 우리 사회는 헌법의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정부와 국회는 헌법정신과는 정면 배치되는 정책 방향을 거리낌 없이 추진해 왔다.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파병을 강행하여 우리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테러의 위협을 받는 지금도 철군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 교육 의료 등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여전히 가난한 사람들의 평등권은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은 서민의 주거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부동산투기만 불러일으켜 부자들의 재산불리기 수단으로 전락했다. 신자유주의적 노동유연화 정책으로 국민의 노동권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으며 사회 양극화는 점점 심화되고 있다.
헌법의 기본정신을 수호하지 못하는 정치권에서 또다시 권력구조 개편을 목적으로 한 개헌 논의가 고개를 들이미는 것은 많은 우려를 갖게 한다.
이승만 정권의 영구집권을 위해 마련되어 사사오입이라는 기묘한 방식으로 통과된 2차 헌법개정, 박정희 정권의 연장집권을 위한 3선 개헌, 박정희 정권의 장기독재 체제를 위한 유신헌법 등 오직 권력을 연명하기 위한 폭력적인 개헌의 과정은 우리 역사의 치욕으로 남았다. 그 이후에도 매번 권력재편기마다 개헌론이 등장하여 정치권의 힘겨루기 수단이 되곤 했다.
최근 학계와 시민단체가 주장한 헌법 개정의 방향은 개헌 논의를 건강하게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치권의 전유물이었던 헌법 논의를 시민사회로 확대하자.”는 것과 “사회개혁의 일환으로 헌법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은 권력구조 개편에만 치중해 왔던 정치권의 개헌논의에 일침을 가했다.
정치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추진되었던 불완전한 개헌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 발전의 속도에 맞춰 국민의 기본권을 신장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지 못하였고 국민을 철저히 대상화 시킨 과정이었다.
오늘 제헌 57주년을 맞이하여 현행 헌법만으로도 충분히 보장되어야할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정치권의 전환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아울러 권력구조 개편에 머무른 개헌 논의가 아닌 국민의 기본권 신장을 수반한 개헌논의로 이전의 개헌 과정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도록 정치권의 자성을 촉구한다.
2005년 7월 17일
민주노동당 대변인 홍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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