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정부조직개편안, 신중하게 처리해야”

2013-01-31 13:29
서울--(뉴스와이어)--새누리당은 어제(30일) ‘박근혜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하였다. 지난 1월 15일 대통령직 인수위가 발표한대로 경제부총리제 부활과 미래창조과학부, 해양수산부 신설 등을 골자로 17부3처17청으로 개편하는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이 사실상 박근혜 당선인이 추구하는 국정운영 철학과 목표를 반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 공론화 과정이 전무하다 보니 시대흐름에 부합한 조직개편인지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더불어 일자리 창출, 경제민주화 실현 및 양극화 해소, 복지국가 토대마련, 미래 먹거리 확충 등 우리 사회의 중장기적인 과제들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지도 우려스럽다.

따라서 경실련은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 국회에서의 신중한 검토와 충분한 논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며, 더불어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국민적 합의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처리할 것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첫째, 개발주의 시대의 정부 주도형 성장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제부총리의 신설은 기획재정부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함으로써 경제 운용의 효율을 기하겠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성장주의 담론에 치우쳐 있으며, 복지, 노동 등의 분야와 불균형을 초래할 개연성이 크다. 힘 있는 거대 부처의 탄생은 부처간 견제와 균형 원리를 훼손시켜 활발한 정책담론을 통해 정책오류를 사전에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만들 수 있다. 지난 시절 IMF 위기를 초래했던 재정경제원의 부처 위상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경제부처의 위상 강화가 복지 공약의 실천의지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해서도 안 될 것이며, 분배와 성장의 조화를 통한 발전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기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책-지원-규제 기능을 두루 포괄하면서 ‘공룡 부처’로 등장한 미래창조과학부의 기능과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집중된 권한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면 당초의 취지였던 미래 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조경제의 구현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기획재정부 개편안과 마찬가지로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한 타 부처와의 협업체제 구축을 위해 집중된 힘을 적절하게 분산하고 견제하는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산업기술 지원기능이 빠진 상태에서 미래창조과학부가 창조경제를 견인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고, 연구·기초과학·ICT 등이 혼재될 경우 융합 효과보다는 부작용만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우정사업본부나 방송 인·허가권 등 미래창조와 관계없는 기능까지 흡수하면서 불확실성만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결국 당선인의 의지처럼 과학기술을 국정 운영의 중심에 두고, 창조경제가 요구하는 새로운 기술 및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부처를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의 거대화나 R&D 예산의 증가보다는 과학기술정책 패러다임과 정책 운용방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더불어 논란이 되고 있는 기초기술의 위축문제, 원자력R&D소속이관문제, 과학기술R&D예산편성권 문제 등을 해소할 구체적인 방안도 함께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정부조직개편은 정부조직의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조직 성격에 따라서 안정성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거쳐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여론수렴 과정이 미흡하고 졸속 개편이 이루어지다보니 그 권한을 강화해도 모자랄 대통령직속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위상을 격하시켜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에 집어넣었다. 이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며, 당선인이 강조하는 안전성 문제에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무엇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전을 감시하고 규제하며, 지난 고리 1호기 절전 은폐사건과 짝퉁 원전 부품 납품사건 등을 밝혀낸 기구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국민의 안전을 위한다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철저한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미국, 프랑스처럼 독립성을 갖는 위원회로 두지 않고, 경제산업성 산하 원자력보안원에서 안전규제 기능을 담당하게 함으로써 비롯된 측면이 크다. 진흥(산업)과 규제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규제-피규제 기관간 유착으로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었던 제도 실패 사례였다.

셋째,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지역의 경쟁력 강화와 균형발전은 필수적이다. 또한 입법권이나 재정 자립을 이루지 못한 현재의 열악한 지방자치제하에서는 중앙정부의 협조는 더욱 절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에 지방분권 및 균형발전을 고려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따라서 정부-지자체-민간의 역할이 잘 분담되도록 정부조직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분권과 자치를 확대하여 지방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증대시켜 나가는 방향에서 조직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우리사회의 관행화된 부패해결의 청사진을 제시하여야 한다. 국민들에게 경제적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정권과 사회지도층의 만연한 부패불감증과 탈법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무엇보다 부패는 민주주의의 정착, 건강한 시장, 사회통합, 그리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하여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될 사회적 암과도 같다.

그럼에도 부패 청산을 위해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한 반(反)부패기구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은 우려스럽다. 국가청렴위원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고비처) 등의 설치를 통해 반부패 정책수립과 공직자 비리 조사를 위한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 없이 경제민주화와 복지, 국민안전을 위한 균형 있는 발전도 어려움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조직 개편은 부처 기능의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 아닌 ‘화학적 융합’을 이루어야 한다. 또한 대통령과 장관의 관계, 청와대와 내각의 관계, 국회와 정부의 관계, 중앙과 지방의 관계 등을 합목적으로 고려하여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국회는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정치적 고려 없이 국민들의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고 국민적 합의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처리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개요
경실련은 1989년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라는 기치로 설립된 비영리 시민단체로서, 일한만큼 대접받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시민운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특히 집, 땅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 근절, 아파트가격거품 제거, 부패근절과 공공사업효율화를 위한 국책사업 감시, 입찰제도 개혁 등 부동산 및 공공사업 개혁방안 제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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