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을 전후로 크고 작은 총격전이 이어졌으며 남파 북파 공작원들은 총을 들고 휴전선을 넘나들었다. 무기 및 군사시설 설치가 금지된 비무장지대(DMZ)는 남북의 무기 전시장이 되어 그 이름값을 전혀 못하고 있다. 해마다 남북 국방비는 계속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총예산 규모의 15% 가량인 약 20조원 이상이 국방비로 쓰이고 있으며 북한의 경우는 총예산의 40%가 넘는 5조 원가량이 국방비이다.
소리 없는 전쟁의 피해는 막대하다. 얼마 전 전방부대 수류탄 총기 난사 사고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매년 150명이 넘는 젊은이가 군내 사망사고 및 자살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다. 군대내 인권침해 및 폭력 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막대한 예산이 국방비로 쓰임으로 인해 복지 혜택을 누려야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남북 적대와 대치가 몰고 온 또 다른 비극인 것이다. 이렇듯 정전협정은 지난 52년 동안 남북 국민의 고통을 기반으로 유지되어왔다.
7월 26일 13개월을 끌어 온 6자회담이 재개됐다. 북한의 체제 안전을 위한 핵개발 야욕과 미국의 북한에 대한 강경책이 불러온 한반도 위기 탈출에 청신호가 울린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틈에 껴 갈팡질팡했을 뿐이다. 최근 전력공급을 약속하며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결정적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갈 길이 멀다. 6자회담의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와 다자간 안전보장 및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에만 머물러 있다.
한반도 비핵화는 첫 단추에 불과하다. 정전협정이 이대로 유지되는 한 비핵화는 이룰 수 있어도 적대 대치 국면이 지속되는 동안 재래식 무기 확대 및 국방예산 증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얼마 전 국방예산 증액 논란은 이것의 단면이다. 정전협정은 국방예산 증액과 무기 현대화 등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을 뿐이다.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유일한 길이다. 평화협정은 전쟁 상태를 완전히 종결짓고 냉전체제가 만들어 놓은 비극적 유산을 청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국가 안보라는 이름으로 억압당했던 개인의 인권은 물론이거니와 안보 우선 정책으로 인해 누려야 할 권리들을 박탈당했던 국민에게 이제 평화의 이름으로 자유와 평등을 선사해야 한다.
이제 7월 27일을 정전(停戰)의 날로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平和)의 날로 기억할 때이다.
2005년 7월 26일
사회당 대변인 이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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