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 만에 재개된 6자회담이 첫 판부터 삐꺽거리고 있다. 제 4차 6자회담 이틀째 기조연설에서 북한과 미국의 입장차가 확실해졌다. 북한이 한반도 전체의 비핵지대화를 주장한 반면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및 핵프로그램 폐기를 주장했다. 한마디로 한반도 비핵지대화 비전과 부시 행정부의 미국 주도 동아시아 안보 공동체 비전의 대결로 압축되고 있는 양상이다.
북한의 입장은 핵무기의 제조, 보유를 넘어 한반도 주변에 핵무기를 적재한 함정이나 항공기의 통과조차 금지하는 ‘비핵지대화’이다. 한반도내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제외한 어떠한 핵도 존재할 수 없는 초강수다. 북한은 이를 위해 평화공존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위여부야 그 추위를 보면서 판단해야겠지만 내용만으로는 대단히 혁신적이다.
반면 미국은 북한 내 핵무기 및 핵프로그램의 폐기에 집중하고 있다. 부시행정부의 동아시아 안보 공동체 건설을 위해서는 ‘불량국가’의 변화와 관계개선이 필수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핵문제가 핵심인 것이다. 이 마당에 북한의 ‘한반도 비핵지대화’요구는 미국의 동아시아 ‘핵우산’ 정책에 반할 수밖에 없는 요구다.
북한이 실현가능하지 않은 주장을 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실현가능성과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서라면 미국의 주장보다 북한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부시행정부의 동아시아 안보 공동체 비전은 동아시아의 군사적 대미 종속성을 강화할 뿐 아니라 대테러 전쟁이라는 명분을 통해 동아시아의 항시적 전쟁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 뻔하다.
한반도의 평화와 동아시아의 평화는 기본적으로 당사자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부시행정부는 조력자로서의 역할만 충실히 수행하면 된다. 자국의 이해를 타국에 강요하는 것은 그야말로 제국주의적 폭력이며 파렴치한 행동이다.
한국정부의 대북 전력지원 계획과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선언적 합의가 있었다. 그리고 북한이 ‘한반도 비핵지대화’와 이에 따른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을 주장하고 있다. 지금이 중요한 기회다. 한반도 비핵지대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남북의 성실한 대화와 주변 4국(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의 국가 이해를 초월한 도움이 필요할 때이다.
부시행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를 6자회담 의제로 끌어드릴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인권문제를 공론화시켜 북한을 궁지로 몰아갈 심산인 것이며 이를 통해 부시행정부가 원하는 대로 6자회담을 이끌어가겠다는 심보다. 여기에 일본은 납치문제를 집요하게 추궁하고 있다. 13개월의 우여곡절을 겪고 성사된 회담이다. 부시행정부는 6자회담을 망치려는 심보가 아니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좀더 돌아가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2005년 7월 28일(목)
사회당 대변인 이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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