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환경 논평-식민잔재 ‘松島’ 명칭을 대물림하지 말자
올해로 광복 60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일제로부터의 해방을 맞은 지 어언 60년이 되었지만 우리는 아직도 일제의 식민잔재를 온전히 청산하지 못한 세상에 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그 부끄러운 오욕의 역사를 망각하고 그 부끄러운 유물을 후손들에게 대물림하려 하고 있다. 일본의 3대 명승지 중의 하나인 마쓰시마에서 유래한 ‘송도(松島)’란 왜색지명을 대한민국이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제자유구역의 법정동 명칭으로 다시 사용하려는 시도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 6월 인천광역시 연수구가 행정자치부의 승인을 얻어 연수구 앞 갯벌을 매립하여 조성중인 신도시의 법정동 명칭을 ‘송도동’으로 확정할 때만 해도 지명이 갖는 강한 관습성에 기인한 무지의 탓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향토사학자 조우성 선생의 끈질긴 추적과 문제제기, 여기에 더하여 새로 발굴된 여러 자료들을 통해 ‘송도(松島)’란 지명이 인천 지역의 고유지명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일본세력이 인천을 그들의 식민도시로 재편하면서 사용하기 시작한 왜색지명이라는 사실이 명명백백해졌다. 때마침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가 문화관광부에서 추진한 <일제문화잔재 바로알고 바로잡기 시민제안공모>에 그 내용을 제안하여 고증위원회의 세차례 심사를 거쳐 “‘송도’라는 지명이 일제잔재임을 사료를 통해 고증하였으며 고유의 지명까지 밝혀냄으로써 그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고 대안까지 내놓은 점을 높이 평가”받아 누리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논란이 크게 제기되자 정구운 연수구청장은 지난 7월 13일 오전 10시, 시민단체 대표 2인과의 면담을 통해 “송도가 왜색지명이라면 바꿔야 한다”면서 관련 전문가 회의를 일주일 내에 개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이후 연수구에서는 아직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더구나 그 이후 ‘송도’가 왜색지명임을 입증하는 여러 논거가 새로 제시되고, 심지어 최근에 문화관광부의 시민공모 결과까지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왕동항 연수구 주민자치과장은 “일제 잔재 여부를 단정 지을 수 없다”며 구청장이 약속했던 명칭 재검토 표명을 뒤집고 “명칭 변경은 불가”하다고 언론에 공언하였다.
우리는 이러한 연수구의 행태에 대하여 참담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지난해 신도시의 법정동 명칭의 확정 권한을 갖고 있는 연수구 지명위원회에서 애초 토론회까지 개최하여 ‘비류동’으로 확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연수구에서 재차 개입하여 ‘송도동’으로 변경한 절차상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잘못된 지명임이 지역 안팎에서 확인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색지명 ‘송도’를 고수하려는 연수구의 행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정구운 연수구청장이 시민단체 대표와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린 것인지, 아니면 실무책임자인 주민자치과장이 구청장의 공개된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인지, 그 책임을 분명히 따져 물어 나갈 것이다.
우리는 연수구청이 더 이상 공평무사한 행정을 전개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우리는 역사의식과 전문성에 입각하여 인천광역시 지명위원회가 나서 왜식지명 ‘송도’에 대한 사망선고를 내리고 이를 대신할 고유의 아름다운 지명을 대안으로 제시해 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하는 바이다. 이와 아울러 인천의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이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지역 내외의 역사, 문화단체와 연대하여 인천의 ‘송도’뿐만 아니라 부산, 포항의 왜색지명 ‘송도’와 이에서 비롯된 파생 명칭까지 바로잡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제 막 조성이 시작되고 있는 신도시는 얼마든지 아름다운 우리의 고유의 지명으로 세계인에게 홍보할 시간과 기회가 우리에게 남아 있다. 광복60주년을 맞는 오늘, 지금이 바로 그 기회인 것이다.
2005년 8월 15일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
[ SPACE BEAM, 가톨릭환경연대, 민주노동당 인천시당, 인천작가회의, 인천환경운동연합, 터진개문화마당 황금가지,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 개요
인천의 도시공간에 대한 대안적 참여 모색하는 시민단체
웹사이트: http://cafe.daum.net/citylight
연락처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이희환(010-7123-8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