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국가권력을 남용한 반인권적 범죄에 대해 시효를 배제하겠다는 발언에 대해 하루만에 ‘소급 처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직접 해명에 나섰다.
대통령의 과거사 청산 의지에 환영을 표했던 민주노동당과 대통령의 발언에 일말의 기대를 가졌던 수많은 유가족 및 희생자들은 허탈감을 넘어 심한 분노를 감출 수 없다.
대통령의 경축사에 광복 60주년의 의미가 담긴 내용은 국가권력의 반인권적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배제 뿐이다. 이미 여당은 과거사 진상규명에 재갈을 물리는 누더기 과거사법을 통과시켰고, 민사상 공소시효 배제는 하급심판결에서 허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광복 60주년을 맞이한 대통령의 경축사를 두고 대통령은 스스로 하루만에 발언을 뒤집고 여당은 대통령 발언의 진위를 두고 우왕좌왕하며 논란을 벌이고 있으니, 대통령과 여당에게 광복 60주년의 역사적 무게는 이토록 가벼운 것인가.
항상 그랬듯이 이번에도 한나라당이 위헌 공세를 취하니 곧바로 꼬리를 내리고 뒷걸음질치는 여권을 보면서 그 어느 국민이 개혁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정부여당은 불행한 과거사의 종지부를 찍고자 하는 국민의 오랜 염원 보다 한나라당의 부당한 위헌 제기가 더 중요하고 더 무서운 것인지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말은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의 권위와 책임이 담겨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진정으로 과거사를 청산할 의지가 있다면, 소모적인 퍼즐게임을 중단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과거 국가권력의 반인권적 범죄의 대상과 범위, 구체적인 로드맵을 책임있게 밝혀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국민의 광범위한 동의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방금전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이 진실을 밝히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했다. 수시로 당정협의를 하면서 정부여당의 핵심공약이었던 과거청산 문제를 놓고 뭐 그리 협의할 게 많은 것인가.
과거사 청산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열린우리당은 이러저러한 위원회만 만들어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며 논란을 일삼지 말고, 한나라당과 야합하여 진상규명에 재갈을 물린 누더기 과거사법을 제대로 고치기 위해 먼저 힘을 쏟길 촉구한다.
민주노동당은 역사적 단죄에 서야할 국가권력의 반인권적 범죄 대상과 범위를 조만간 제시하고 관련 법제도를 정비 방안을 제출할 것이다. 여기에 양심있는 많은 의원들과 과거사 진상규명에 책임을 다해야 할 여당의 동참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 2005. 8. 17. 국회 기자실
- 심상정 수석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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