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8월 19일(금)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가 ‘외통부 2004년 결산’을 위해 열리는 상임위 회의(8.25 목)에 ‘쌀협상 국회비준 동의안’을 기습 상정하기로 하였다는 소식에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상정은 애초 계획에 없다가 8월 17일 고위 당정협의가 끝나자 마자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정부 여당의 짜여진 수순에 따라 진행되었다는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정부 여당은 지난 17일 농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마치 농업계와 합의를 이룬 것처럼 ‘새로운 것도 전혀없는 국내 추가대책’을 발표하더니 뒤이어 비준안을 상정하겠다는 결정까지 하였다.

이것은 이번 쌀협상결과 최대의 피해자인 농업계와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국내 보완대책을 마련한후 비준동의안을 처리하겠다는 애초 입장에서 후퇴한 것으로 ‘추가대책 운운하며 농민단체와 논의’를 한 것이 결국 비준안 상정처리를 위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쌀협상 비준 동의안을 기습적으로 상정하려는 계획의 철회를 요구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첫째, 이번 쌀협상은 잘못된 협상전략에 따라 처음부터 실패할 것이 예견된 협상이었으며,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한 협상임을 분명히 한다.

정부는 UR협정문에 명시적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년내 협상 타결이 되지 않으면 관세화개방할 수 밖에 없다’는 잘못된 협상전략에 따라 상대국들의 무리한 요구를 자초하였고, 협상시한에 쫓긴 나머지 부당한 요구를 수용하게 되었다.

또한 미국은 지난해 협상과정에서 ‘1993년 UR협상 당시 허신행 농림부장관이 수입쌀 구매시 미국쌀을 50% 사주겠다고 약속했다’는 거짓 문서까지 들고 나와 우리 정부를 압박하였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대외경제장관회의를 통한 마지막 협상지침때까지 ‘WTO규정 위반 때문에 미국의 쿼터 보장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방침을 정해놓고도 협상시한을 20일 남겨둔 12월 9일 갑자기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추가로 수입되는 물량에 대해서도 25~28% 미국쌀의 수입을 보장하는 사실상 이면합의까지 한 것이다.

둘째, 이번 협상결과로는 쌀산업을 지킬 수 없음이 명백하다.

이번 협상결과 쌀은 10년후 전면개방해야 하며, 수입물량은 2배나 증가하였고, 소비자 시판을 30%나 허용하고 말았다.

벌써부터 농업전문가들내에서는 재고문제, 쌀값폭락 문제가 심각해질 것을 우려하는가 하면, 소비자 시판으로 인해 수입쌀 불법부정유통이 심각해져 당장 몇 년 후 쌀농업의 미래를 예측하기조차 힘들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셋째, 국회비준동의안의 처리 여부는 올 12월 DDA협상결과를 지켜본 후 결정해야 한다.

지난해 쌀협상결과에 독소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DDA협상에서 개도국지위를 유지하고 쌀을 특별품목으로 선정할 경우 의무수입물량을 지난해 수준인 4%에서 동결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번 협상결과에 따르면 DDA협상에서 유리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중도관세화시에는 더많은 수입물량을 취하도록 한 것이다. 결국 지금 비준을 하게 되면 DDA협상에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를 선택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넷째, 수입일정이 촉박하고 통상마찰 우려가 있으며 국제 신인도 하락 때문에 조속히 비준을 처리해야 한다는 정부 주장은 지극히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이미 우리 정부가 WTO에 이행계획서를 제출할 당시 ‘필요한 국내절차를 모두 마쳐야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을 명시하였기에 국회비준이 지연된다고 해서 법적인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수입일정에 쫓겨 굳이 올해안에 모두 수입할 이유는 없다. 올해는 지난해 수준에서 수입하고 추가된 물량은 내년에 수입해도 가능하다는 것이 통상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우에도 국회의 비준동의안 처리에 3년~10년까지 걸린 사례도 얼마든지 있기에 비준처리가 좀 연기된다고 해서 마치 엄청난 통상문제가 발생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은 생존의 위협앞에 직면한 농민들을 또다시 기만하는 것임을 밝혀둔다.

다섯째, 9개국과의 이면합의 결과가 국내 농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혀 알지도 못하는 가운데 비준동의안을 상정하는 것은 실로 무책임의 극치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현재 중국산 사과·배 등 9개국과의 이면합의 내용이 국내 농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국회는 물론이고 농업계 그 누구도 알지 못하고 있다.

9개국과의 협정원문이 공개되지 않음에 따라 이면합의 내용이 신의의 표시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법률적 구속력이 있는지 조차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또한 9개국과의 협상내용은 국회에 제출할 비준동의안에서 조차 빠져 있다고 하니 도대체 이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란 말인가?

여섯째, 정부는 비준동의안을 상정하기 전에 이번 협상의 최대 이해관계자인 농업계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해 당사자인 농업계 조차 설득하지 못하고 함께 협의하지 못하는 가운데 어떻게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처리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은 1년여동안 쌀협상 전과정에서 국회와 일체 협의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협상을 진행한 정부가 그 모든 책임을 국회에 떠넘기는 꼴이라고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양 교섭단체에 다시한번 강력히 요구한다.

쌀협상 결과에 따라 희망을 잃고 있는 농민들과 민족농업의 미래를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8월 25일(목) 쌀협상 국회비준동의안 상정을 즉각 철회하라.

17대 국회가 농민들의 요구를 짓밟고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동의안을 처리했던 16대 국회의 전철을 되풀이 한다면 분노한 농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임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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