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국회의장 및 국방부장관에 병역법 개정 권고
병역법 제76조는 ‘징병검사, 징집·소집등을 기피하고 있는 사람’ 등 병역의무 불이행자에 대해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고용주가 이들을 임용 또는 채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93조는 이 제재조치를 위반한 고용주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진정인 박모씨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써 2002년 7월 병역거부와 관련한 재판을 받다가 2002년 9월 선고확정 전 보석출감해 직장생활을 하고 있던 중 2003년 5월 병무청에서 진정인의 직장으로 ‘병역기피자로 직장에서 근무할 수 없는 신분이니 해직을 권고’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자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국가인권위 조사과정에서 병무청장은 △진정인은 이른바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정당한 사유 없이 공익근무요원 소집통지에 불응함에 따라 병역법 제88조(입영의 기피)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현재 재판이 진행중에 있으며 △같은 법 제76조에 의거하여 진정인의 고용주에게 진정인을 해직하도록 권고했고 △특히 병역법 제76조는 병역기피 근절을 위해 ‘현재 병역의무를 기피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 취업 등 사회활동을 제한하도록 규정된 것으로 1962년 입법이후 사법적 판단과 관계없이 ‘병역 기피 사실 자체에 대한 제재조치‘로 일관되게 적용해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병무청장의 감독기관인 국방부장관은 위 제재조치가 △‘병역기피혐의로 공소가 제기된 사실’에 대해서가 아니라 ‘병역의무 불이행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는 것은 아니며 △취업 제한조치는 형사 처벌 보다는 하위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것도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병역기피 혐의에 대해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에게 마저도 병역의무 불이행 사실만을 들어 취업 제한조치를 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일 뿐 아니라, 병무청장 스스로도 병역의무 불이행의 위법성을 전제로 하여 이 법을 집행하고 있는 점 △병역 기피자 색출 및 병역의무 이행풍토 조성 등을 위해 병무청이 노력할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는 취업제한 조치가 아니더라도 병역제도 개선 등 다른 방법으로 얼마든지 행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병역법 제76조 등의 병역의무 불이행자에 대한 취업 제한 조치 규정은 우리 헌법이 정한 ‘무죄추정의 원칙’ 및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하여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국가인권위는 △피진정인 병무청장이 진정인에 대한 해직 권고를 철회한다는 뜻을 이미 진정인과 진정인의 고용주에게 밝힌 바 있고 △이에 따라 진정인이 직장에 계속 출근하고 있는 상황으로 진정인에 대해서는 별도의 구제 조치가 필요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해 진정인의 진정은 기각하고, 국회의장 및 국방부장관에 병역법 제 76조 등 병역의무 불이행자에 대한 제재규정 등 관련조항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