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국방부가 9월 13일 '국방개혁 2020'이라는 이름으로 국방개혁안을 발표했다. 개혁안의 요지는 2020년까지 병력수를 68만명(현재)에서 50만명으로 감축해 기술집약적인 정예군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과도하게 비대한 육군의 비중을 줄이고 합동참모본부의 위상과 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해 합동·통합전력의 강화도 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독자적인 대북억제력을 확보하고, 주변국의 불확실한 위협에 대비하며, 한미연합사의 작전지휘 구조의 변화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개혁 방안을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칭)국방개혁기본법을 제정할 방침이다.

정부가 지난 정부에서 수 차례 실패한 국방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법제화를 추진하기로 한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개혁의 목표가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극복해 '저비용, 고효율' 구조를 만드는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방개혁안은 오히려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강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변화되고 있는 남북관계와 한미관계, 그리고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 및 빈곤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대폭적인 국방비 증액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개혁의 취지를 크게 후퇴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적 비용의 낭비를 막기 위해 절실하게 필요한 대체복무제가 빠져 있고, 군비통제 및 전시작전권 환수 계획이 누락된 것 역시 근본적인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국방개혁의 방향과 목표는 병력과 무기 및 장비의 '대대적인 양적 감축과 부분적인 질적 증강'이 어우러지는 형태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에 국방부가 발표한 개혁안은 '부분적인 양적 감축과 대대적인 질적 증강'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에 평화네트워크에서는 국방개혁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 방안을 내놓고자 한다. 정부와 국회는 국방개혁안을 심의·의결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권고를 참조해 진정한 국방개혁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각론에 대한 평가와 개선 방안

(1) 국방비 증액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개혁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막대한 국방비 증액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방부는 "2015년도까지는 국방비 증가율 연평균 11% 내외가 필요하고 2016년부터는 감소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 역시 국방개혁을 뒷받침한다는 명분으로 매년 10% 안팎의 국방비 증액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2016년 이후는 논외로 하더라도, 정부와 여당의 계획처럼 매년 10%씩 국방비를 인상하면, 2015년의 국방비는 54조원을 넘어서고, 2006-2015년 10년간의 총국방비는 약 367조원에 달하게 된다. 또한 국방부의 요구처럼 매년 11% 정도씩 증액하면 향후 10년간 국방비는 약 400조에 이르게 된다. 여기에는 통상 방위비로 분류되는 경찰청 소관의 전투경찰비 및 해양경찰청의 해양경찰비와 병무청 소관의 병무행정비 등이 빠져있다.

이미 2005년도 한국의 국방비는 달러화로 약 200억달러에 달하고 이는 세계 8-9위 수준이다. 한국의 경제규모가 11-12위라는 점을 볼 때, 이는 경제규모를 넘어선 군비 부담이다. 또한 여전히 '주적'으로 삼고 있는 북한 국방비의 약 10배의 달하고,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에 맞먹는 액수이다. 남북화해협력시대에 북한의 GDP에 맞먹는 국방비를 투입하고 있는 믿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중국 등 주변국가들을 염두에 둔 국방비 증액 역시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경제규모가 7배가 큰 일본과 비교할 때 한국의 국방비는 일본의 45% 수준이고, 경제규모가 약 3배가 큰 중국과 비교할 때 중국 국방비의 60-70% 수준을 지출하고 있다. 이미 주변국들에 비해 경제 능력을 훨씬 상회하는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에도 한국의 국방비는 높은 수준이다. 국방개혁을 통해 국방비를 줄이거나 최소한 동결이 필요한 시점에 매년 10% 안팎의 증액을 추진하는 것은 국방개혁의 취지와 의의를 무색케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빈곤층이 700만을 넘어서는 등 양극화 문제가 날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과도한 국방비 지출은 경제성장과 사회복지를 위축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도 대폭적인 국방비 증액을 전제로 한 국방개혁은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개혁 자체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에 우리는 대폭적인 국방비 증액을 전제로 한 국방개혁안을 원점부터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이미 과도한 수준에 도달한 국방비를 줄이면서 국방개혁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이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국방비를 동결하거나 경제성장률 이내로 한정하면서 국방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2) 대규모 전력증강

국방부가 마련한 국방개혁안이 대폭적인 국방비 증액을 동반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고가(高價)의 첨단무기들을 대거 도입·생산하려는데 있다. 고가의 무기 및 장비 체계에는 크게 타격(PGM)과 정보·감시(ISR), 그리고 지휘·통제(C4I)로 나뉜다. 한국군이 다른 전력에 비해 정보·감시 및 지휘·통제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이들 분야의 전력 증강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타격 능력을 현재보다 1.8배로 늘리겠다는 것은 필요하지도 않을뿐더러 위험하기까지 하다.

국방부가 대대적인 타격 능력의 증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여전히 북한보다 군사력이 열세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2004년 청와대의 지시로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KIDA이 수행한 남북한 군사력 비교에 따르면, 육군은 북한군에 비해 80%, 해군은 90% 수준으로 여전히 열세에 있고, 공군은 북한 공군의 103% 수준이라고 한다. 이러한 전력 평가는 이번에 국방개혁안을 비롯해 정부의 '협력적 자주국방'의 지침으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평가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연구를 수행한 국방연구원 자체가 국방부 및 합참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기관일뿐더러, 무기체계의 질적 측면과 석유 비축량 등 전쟁수행능력, 무기 체계의 운영유지 수준, 훈련 및 조직력 수준 등이 거의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의 분석과학협회가 개발하고 국방부의 '순(純)평가국'(Office of Net Assesment)에서 군사력 평가 방법으로 사용한 'TASCFORM'을 통해 남북한의 군사력을 비교해보면, 남한의 양적 열세는 질적 우세로 상쇄되고도 남는다. 이 기법에 따르면 현대 서구의 무기체계는 구소련의 무기체계에 비해 일반적으로 2-4배 가량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방법 역시 무기체계의 운영유지 및 보수와 군대의 사기 및 훈련 상태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TASCFORM에 따라 남북한의 주요 무기체계의 전력을 비교해보면, 전차 전력은 대동소이하거나 남한이 약간 앞선 것으로 평가되고, 장갑차 전력은 남한이 압도적인 우위에, 야포 전력은 북한이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밖에도 공격용 헬기의 경우에는 남한이 AH-1F와 Hughes 등 약 120기를 보유한 반면에 북한은 없다. 주한미군을 제외하더라도 이미 지상 전력도 남한이 앞서 있거나 대등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군력의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TASCFORM에 따르면 북한이 보유한 605대의 전투기는 아무리 높게 평가해도 F-16 150대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여기에 북한 전투기의 대단히 취약한 운영유지 상태와 연간 10-20시간에 불과한 비행 훈련 시간을 고려하면 실제 전투력은 훨씬 떨어질 것이다. 이에 반해 남한은 F-16 전투기만도 153대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F-5와 F-4 등을 포함시키면 남한의 전투기 전력은 F-16 전투기의 약 250대의 능력에 해당한다. 굳이 전쟁수행능력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비행훈련 시간과 도입 예정인 F-15K를 포함시키지 않더라도, 현존 전투기 전력만으로도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군력에 있어서도 북한의 해군력은 양적 비대함에도 불구하고 무기체계의 전반적인 노후화와 지형학적 불리함, 그리고 교육훈련의 부실함으로 남한 해군에 크게 뒤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현대전에서 그 중요성이 절대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정보력은 북한은 사실상 '장님' 수준인 반면에 남한은 미국의 정보력을 제외하더라도 꾸준히 증강되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북한은 탄도미사일과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재래식 군사력의 열세를 일정 부분 만회하고 있지만, 이러한 전력이 실제 전쟁의 전세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고 보여진다. 물론 북한이 핵무기, 특히 핵탄두를 보유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지만, 이는 아직 불확실한 문제이기 때문에, 북한의 핵전력까지 군사력 비교에 포함시키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미국의 증원전력을 제외한 주한미군 전력까지 고려하면, 북한과 한미연합군의 전력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주한미군 재편에 들어간 미국은 약 110억달러를 투입해 정밀타격 등 공격력과 미사일방어체제(MD) 등 방어력, 그리고 정보력을 획기적으로 배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전방 배치된 주한미군 병력은 후방으로 재배치하고 있지만, 스트라이커 여단을 통해 신속한 투입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고, 주요 무기 및 장비도 사전배치(preposition)에 따라 전방에 담겨둘 예정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종합해볼 때, 국방부가 대북 열세를 만회한다는 명분으로 타격 능력의 배가에 나서고 있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특히 2020년까지 전차 전력을 1.8배, 헬기 전력을 2배로 늘리고, 장갑차 전력도 강화하겠다는 것은 국방부가 여전히 육군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전력은 국방부가 강조하는 주변국 위협 대처에 있어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대규모의 전력증강에 바탕을 둔 국방개혁이 북한의 반발을 가져와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군비경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동시에 대대적인 전력증강에 나선 상황에서, 북한도 노후한 무기 및 장비의 현대화를 꾀한다는 명분으로 전력증강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북핵 문제 해결에도 난관이 조성될 뿐만 아니라, 북핵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한반도의 군사 문제를 풀기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와 같은 평가와 우려를 바탕으로 현재 국방부가 계획하고 있는 전력 증강 계획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이미 과도해진 육군의 타격 능력은 동결하는 수준에서 유지·관리하도록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3) 지휘·병력· 부대 구조

국방부는 현재의 합동군 체제 하에서 합동참모본부의 지위와 기능을 강화해 지휘구조를 개선하고, 병력을 단계적으로 감축해 군의 정예화를 꾀하며, 부대의 중간계층을 줄이고 부대수를 축소해 부대구조의 완전성을 보장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방향으로 지휘·병력· 부대 구조를 개선하는 것에 대해 대체적으로 동감한다. 그러나 여전히 대군(大軍)주의에 얽매여 있다는 점에서 몇 가지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병력수이다. 국방부는 2020년까지 상비군을 현재 68만명에서 50만명으로, 예비군은 300만명에서 150만명으로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병역자원의 자연감소분, 작은 군대를 지향하는 세계적인 추세, 전력 구조의 개편, 국방부의 문민화 및 지원부대의 외주 확대 등을 종합해볼 때, 2020년에도 50만 대군을 유지하겠다는 것은 '작고 강한 군대'와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우리는 2020년까지 30만명 수준으로 감군할 것을 제안하며, 간부수도 사병수의 감축에 따라 줄여나가야 한다고 본다. 또한 현대전에서 필요성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경제활동 제약으로 인해 사회적인 낭비를 초래하고 있는 예비군 제도는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지휘구조 및 부대구조의 개선에도 보완책이 필요하다. 합참의 실질적인 권한과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한국군 내의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주한미군에게 있는 연합권한위임사항(CODA)과 전시작전권의 환수가 절실하다. 또한 각군 본부를 해소하고 통합군 체제로 개편하는 문제와, 3군사관학교를 통합하는 것도 고려해봄직 하다. 이러한 조치는 자군중심주의를 극복하고 실질적인 합동·통합 전력으로 발전하는데 필요한 제도적 보완책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롭게 포함되어야 할 내용

(1) 대체복무제 도입

우리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게 병역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본다. 대체복무제 도입은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한 단계 성숙시키는데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다. 뿐만 아니라 연 1천명에 달하는 수감자들에게 고아원, 양로원, 장애우 시설 등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한편으로는 수감 비용을 절감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큰 예산 부담 없이 사회복지 수준을 증진시킬 수 있는 '이중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를 통해 정부의 예산 운용의 탄력성을 제고시킴으로써 국방개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재원을 확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2) 군비통제 부서 신설

군비통제는 전력 구조 개편을 비롯한 국방개혁, 한미군사관계 재조정, 한반도 군축, 동북아 지역 차원의 군비통제 정책 마련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 분야이다. 그러나 현재 국방부를 포함한 정부 부처와 청와대 내에는 이를 담당할 부서가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다. 더구나 이번 국방개혁안에도 군비통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담겨 있지 않다. 이에 우리는 대통령 직속이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혹은 NSC를 대체할 안보실에 군비통제를 담당할 부서를 신설할 것을 제안한다. 이 부서에서는 신설된 방위사업청과 함께 군사투자 우선순위에 대한 정책적 판단을 내리고, 한반도 군비통제 정책을 개발·집행하며, 동북아 지역 차원의 군비통제 전략을 마련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3) CODA 및 전시작전권 환수

군사주권을 회복하고 합참의 실질적인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종속적인 연합방위체제의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연합방위체제에서는 주한미군이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지휘권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1994년 환수 받은 평시작전권 가운데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전시 작전계획의 수립, 조기경보를 위한 연합정보관리,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주관, 연합교리의 개발과 발전 등은 연합권한위임사항(CODA)에 따라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위임되어 있다. "한국은 군사주권이 없다"는 말도 이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CODA 및 전시작전권의 환수가 필요하고, 이에 발맞춰 한미연합사를 한미군사협력기구로 전환하는 조치도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군과 주한미군은 분리된 지휘체계를 유지하면서 필요할 경우 군사협력기구를 통해 공동 작전을 펼치는 형태로 한미동맹이 재편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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