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1998년 이후 정부의 기업 매각에서 국민경제상의 이익을 섬세히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처리한 경우는 없다시피 하다. 오히려 ‘특정 시점의 단기적 수익 극대화’에 충실한 인수합병 방식으로 기업을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지배적이었다. 국민경제상의 이익을 고려하는 경우조차 어떤 한 측면만을 특정하게 과다 포장하여 다른 측면들을 일방적으로 희생해왔을 뿐이다.
심지어 정부는 ‘지금처럼 거의 모든 기업을 인수합병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문제를 떠나, 어쨌든 ‘매각의 최소한의 전제조건’은 해당 기업의 정상화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초보적인 상식조차 간과했다. 그 결과 공적자금 투입기업에 대해 인수합병 방식의 매각에만 전념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단기적 수익 극대화는커녕 막대한 재정손실을 동반하는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 제일은행 약 5조8천억원, 대우자동차 약 2조원, 대한생명 약 9869억원, 현대투자증권 약 1조3728억원, 서울은행 약 3조2649억원, 한국투자증권 약 5조9500억원, 대한투자증권 약 3조원 이상의 공적자금 출자손실 등 수많은 기업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더구나 정상화를 전제로 현재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업체들에서도, 국민경제상의 이익은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대우건설의 경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에 의한 출자전환 등으로 악성부채가 해소되고, 여기에 덧붙여 전문경영인체제와 파트너십 노사관계에 기초한 전체 임직원들의 희생과 헌신(1400여명 감원, 상여금 400% 삭감, 복리후생비 삭감 등) 덕분에 회사의 조기정상화와 자산가치 급상승의 효과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캠코는 보유지분을 ‘현재 시가(1주당 11,000원)로 매각하더라도’ 1조6557억원의 공적자금을 추가 회수할 수 있어 총 공적자금 회수금액은 2조5572억원, 공적자금 투입금액 9,179억원 대비 수익률은 278.59%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막대한 매각 차익은 분할회사인 대우인터내셔널(투입액 3870억원. 2005년 6월 회수액 5,001억원. 현재 캠코 보유 지분 3374만주. 시가매각 시 추가 회수금액 6748억원)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더라도, 청산법인 (주)대우의 예상손실액 약 1조5천억원을 완전히 상각하고도 남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대우건설에서 국민경제상의 이익에 대한 고려는 찾아 볼 수 없다.
현재의 매각 방안에는 회사의 조기 정상화와 자산가치 급상승에 결정적으로 기여하여 채권단에게 막대한 주가상승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게 해준 전체 임직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는커녕 역차별만 존재하는 것이다. 기업 매각 후 현재의 전문경영인제도와 파트너십 노사관계의 바람직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관련 산업 또는 중소협력업체들에 미칠 영향, 기업의 영속성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도 전혀 중요한 변수가 아니다.
정상화된 기업의 처리에서도 마찬가지로, 정부의 주된 기조가 있다면 오직 ‘특정시점의 단기적 수익 극대화’뿐이다. 현재 시가대로 매각해도 상상을 넘는 시세차익을 얻는다는 진실은 간 곳 없다. 이런 기업들이 “현행 일괄매각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처리되는 경우 공적자금 회수손실이나 공적자금 회수 차질이 예상된다는 이상한 얘기만 난무하고 있다.
현재 매각이 예정된 기업들, 예컨대 대우조선해양이나 LG카드 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국가 기간산업의 하나인 한국 조선산업의 생사존망까지 걸려 있고, LG카드의 경우 금융소비자들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그런데도 정부는 일찌감치 단기적 수익 극대화에 충실한 일괄매각 입장을 정해 놓고 수순을 밟고 있다.
더욱 위험한 것은 일괄매각 방식이 정보의 폐쇄 등으로 사후적으로도 매각의 수단과 방법의 타당성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하기 어렵고, 문제가 발생해도 이를 제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두산그룹에 대한 한국중공업 매각시(2000년 12월19일 주식매매계약서 체결)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행위가 계약 해지 사유 중의 하나였다. 또 두산 컨소시엄(두산, 두산건설)은 전문경영인 제도를 도입해 책임경영을 한다고 했고, 연구개발비에 대한 과감한 투자 및 발전설비 및 관련사업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한다고 했다는 사실도 2005년 국회 국정감사 시기에서야 밝혀졌다.
물론 정부는 당시 계약 해지는커녕 거꾸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사후 합법화 시켰으며, 두산의 박씨 일가는 전문경영인 체제 대신에 박용성 회장-박용만 부회장-박지원 부사장 등 대주주 개인중심의 폐쇄적인 경영체제를 공고히 하는 데 급급했다. 게다가 연구개발과 생산적 시설투자는 뒷전인 채 계열사 부당지원이나 계열사 확장 등에 두산중공업의 자금을 대거 동원했는데도 정부는 사후 아무런 제어수단도 갖고 있지 못했다.
이외에도 한화의 대생 특혜·헐값 매각논란(한화 컨소시엄이 인수자격을 충족하기 위해 호주 맥쿼리 생명에게 인수자금 및 수수료를 제공하고 컨소시엄에 참가시켰다는 의혹, 분식회계 의혹, 공적자금 추가 투입 정당성 논란 등), 현투증권 헐값 매각시 부당하게 수탁고 등의 지원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는 사실, 캠코의 대우건설 주간사 선정 비리의혹, 외환은행 매각 논란 등도 정보의 폐쇄라는 조건에서 그나마 문제가 드러난 경우에 해당한다.
정부는 분명히 대답해야 한다. 특히 공적·공공적 자금이 국민경제상의 이익을 해치기 위해 투입된 것이 아닌 한, 이들 자금의 회수시 국민경제상의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아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정부는 현재의 매각방식을 반드시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 공적·공공적 자금 회수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국민경제의 뼈대이자 골격인 기업의 바람직한 존립성장과 노동자들의 삶의 문제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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