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저는 민주노동당의 자성과 혁신을 위해 당 대표직을 사퇴하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그리고 당원 동지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지난 10월 26일 재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패배했습니다. 물론 패배 그 자체도 충격적입니다. 그러나 제가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고심을 거듭했던 부분은 이번 재선거를 통해 드러난 국민들의 민심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자성하고 혁신해야 하는가, 그리고 자성과 혁신의 계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였습니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서민에게 감동과 열정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가 이번 재선거로 드러난 것입니다. 저에게 울산 북구의 패배보다 더욱 아픈 부분은 바로 다른 지역의 낮은 득표율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국민들이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민주노동당의 활동이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다는 반증입니다. 국민들은 지금 민주노동당에 혁신, 즉 의정활동과 지역 활동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민주노동당 10인의 진보전사들은 정말 열심히 의정활동을 펼쳐왔습니다. 그러나 그 활동이 노동자 서민들에게 감동을 주고, 진보정치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긍정적인 답만을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노동자, 서민들이 이제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일 잘하는 국회의원에 그치고 있지 않습니다. 진보정당다운 패기와 돌파력, 민중의 호민관으로서의 책임감과 신뢰를 두루 갖추어야 우리는 감동과 열정의 정치를 살려낼 수 있습니다. 지역조직의 활동 역시 기본적인 원칙은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지역조직은 바로 해당지역 주민의 호민관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노동당은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은 하였지만, 성과는 없었습니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곧 국민 대다수 서민의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주체는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 자신과 민주노동당입니다. 각 지역조직이 비정규직센터가 되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담, 교육, 조직을 담당해야 합니다. 아래로부터 전 지역조직이 발로 뛰는 활동만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마지막으로 제가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당적 단결을 높여 ‘당중심성’을 분명히 해달라는 것입니다. 진보정당 내에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한 의견들은 창조적 긴장과 경쟁 속에 당 발전에 기여해야 함에도, 오히려 당의 혼란과 정치적 후퇴를 초래한 경우들이 종종 발생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울산 북구의 패배에 작용한 여러 요인 중에 다양한 의견간의 통합을 이뤄내지 못했던 것도 하나의 요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다양한 의견의 통합을 이뤄내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당 대표의 책임입니다. 그러나 한편 제가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만으로 이 문제가 온전히 해결되지 못한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입니다. 저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지만 당의 미래를 위해 당원 동지 여러분께서 당의 단결과 혁신을 위해 한편으로는 지혜롭게, 또 한! 편으로는 과감하게 투쟁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국민여러분, 그리고 당원 동지 여러분. 사실 저는 저의 진퇴가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의 사퇴가 민주노동당이 국민에게 감동과 열정을 주는 진보정당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으로, 그리고 분열을 극복하고 믿음직스럽게 국민 여러분들 앞에 설 수 있는, 색깔 있는 진보 야당으로 물꼬를 틀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원 동지 여러분, 재창당의 각오로 당을 다시 일으켜 세워 주십시오. 국민 여러분, 변함없는 애정과 질책으로 민주노동당을 지켜봐 주십시오. 여성 여러분, 저의 사퇴가 혹여 여성들의 정치 참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촉발하지 않을까 사뭇 걱정스럽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을 믿기에 앞으로도 저는 더욱 씩씩한 맏언니로, 당당한 당원으로 살아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쟁기질을 할 때 소는 뒤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과거와의 절연, 과감한 결단만이 세상을 해방시키고 자신을 해방시킵니다. 갈아엎어야할 묵은 밭은 아직도 창창합니다. 민주노동당은 뚜벅뚜벅 역사를 쟁기질할 것입니다. 저 또한 호미자루를 들고라도, 아니 맨손으로라도 그 길을 함께 가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2005년 10월 31일
민주노동당 대표 김혜경

웹사이트: http://www.kdlp.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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