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진행되는 스크린쿼터 축소 음모에 주목한다

서울--(뉴스와이어)--어제(11월 4일) 열린 재경부 정례브리핑에서 박병원 제1차관은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스크린쿼터 축소에 대해 문화관광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한국영화의 경쟁력이 매우 높아졌고 시장 점유율이 쿼터량을 훨씬 웃돌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스크린쿼터를 그대로 유지하는데 실익이 별로 없’으며 ‘스크린쿼터 축소는 영화산업의 경쟁력을 보다 향상시키기 위한 보완책과 함께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를 무시한 채 스크린쿼터 축소에 발 벗고 나선 듯이 보인다.

이 발언은 지난 8월 31일, <영화인대책위>의 대표자들과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합의한 공동 보도자료 내용까지 일거에 뒤집는 것이다.

이 면담에서 양측은 현행 스크린쿼터 제도가 한국영화 발전에 커다란 역할을 해온 사실을 인정하고, 매체환경과 시장의 변화, 통상문제 등을 고려하여 현행 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이 있는 지를 연구, 검토키로 했으며 이를 재경부, 문화부, 영화인대책위가 함께 논의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경제 수장인 부총리와 이와 같은 합의를 한 지 두 달밖에 안된 시점에서 차관이라는 자가 스크린쿼터의 실효성을 부정하면서 마치 영화계를 포함한 문화부와 함께 축소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발언하는 용기에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박병원 차관은 여기서 더 나아가 ‘직접 (문화다양성 협약을) 보지는 않았지만 법적 구속력에 대해 전문가들이 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발언하면서 미국을 제외한 국제사회가 만장일치로 합의한 ‘문화다양성 협약’의 법적 구속력을 무기력하게 만들려고 하고 있다.

박병원 차관이 지적하는 부분은 아마도 협약 ‘제20조 다른 협약과의 관계’일 것이다.

제20조 1항과 2항은 ‘문화다양성 협약’ 가입국이 현존하는 국제협약의 의무를 존중함과 동시에 새로운 국제협정에 가입하거나 현존 기타 협정을 해석하고 적용할 때 문화다양성 협약의 조항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협약문 작성 과정에 직접 참가했던 국제통상법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캐나다의 이반 베르니어 교수와 프랑스의 헬렌 루이즈 파브리 교수를 비롯한 EU의 국제법 전문가들은 기존의 협약들은 문화에 대한 정확한 규범이 없기에 기존의 협약을 존중하면서 문화에 관한 한 ‘문화다양성 협약’에 의해 법적 구속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다.

‘문화다양성 협약’이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은 미국의 바램일 뿐이다.

만약 ‘문화다양성 협약’이 법적 구속력도 갖지 못하는 그야말로 좋은 말만 늘어놓은 선언 수준의 협약이라면 미국이 그토록 온갖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 협약 저지에 나서지도 않았을 뿐더러,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유네스코 회원국들이 만장일치로 협약채택을 통과시킬 일도 없고, 전세계 문화예술계가 협약 채택을 환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박병원 차관의 해프닝 발언은 어제, 오늘의 얘기도 아니다.

또한 우리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돌발적인 것도 아니다.

APEC 한미정상회담이라는 기회를 앞두고 또다시 발언의 시기가 온 것이다.

이미 지난 10월 31일자 LA TIMES는 ‘미국, 한국에서 영화 전쟁중(U.S, South Korea in a Cinema War)’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부산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부시 미 대통령은 스크린쿼터 문제를 또 한번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The quota issue is expected to come up again when President Bush attends the Asia-Pacific Economic Conference)'라는 추측성 기사를 보도하였다.

LA TIMES는 지난 부산영화제 때부터 스크린쿼터 문제에 대한 기획기사를 준비하여 APEC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미국 영화업계의 요구가 반영된 기사를 게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국의 일부 언론은 LA TIMES를 인용하여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추측성 기사를 ‘부시 미 대통령이 한국의 스크린쿼터제에 대해 강력히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라고 확정된 사실처럼 보도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리고 11월 2일(미국 산타모니카 현지시간)에는 아메리칸 필름 마켓(AFM)을 관장하는 인디영화 및 TV연합의 진 프리위트 회장이 ‘미국정부와 협력해 한국의 영화시장을 개방하도록 하는 데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미국 영상업계가 스크린쿼터를 축소를 위해 강력한 로비를 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였다.

APEC 한미정상회담을 2주 앞두고 제기된 박병원 차관의 해프닝 발언은 일련의 연장선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한번 스크린쿼터 축소의 여론을 조성하고 사회적 의제화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충실히 반영된 것으로 우리는 이를 심각히 우려한다.

스크린쿼터를 이토록 집요하게 시도하는 미국을 등에 업고 별 실효성이 없다며 제기하고 있는 재경부 차관의 주장으로 1995년 헌법재판소 합헌 판결, 1999년 15대 국회 2000년 16대 국회의 결의안 채택, 김대중 정부에 이어 참여정부의 대선 공약, 2003년 3월 대통령직 인수위 최종보고서의 스크린쿼터 현행유지를 일방적으로 폐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가당착이고 환상이다.

자주외교와 대등한 한미관계를 주창한 참여정부에서도 거침없이 터져 나오는 친미커넥션의 목소리를 전세계 문화예술인들과 대한민국의 성숙된 시민사회는 주시하고 있다.

우리는 일개 차관의 해프닝 발언에 결코 일희일비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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