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아시아태평양 민중들을 위한 APEC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지난 주말에 고위급회담을 시작으로 공식 개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는 합동 각료회의를 거쳐 내일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국민 여러분들께서는 각국 정상이 참여한 회의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APEC이 그러한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APEC 출범 후 지난 15년간 대한민국은 물론 아시아 태평양 지역 노동자·농민·서민들에게 APEC이 과연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APEC이 과연 아시아태평양지역 민중의 삶을 향상시켰는지, 아시아태평양지역 국민들 사이의 거리가 좁혀졌는지 냉철히 되짚어 보아야 합니다.

APEC을 향해 쏟아지는 화려한 조명 뒤에는, 농촌의 현실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30대의 젊은 이장 故정용품 씨, 40대 여성농민 노추옥 씨, 그리고 삶의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평범한 서민의 한탄과 고통이 도처에 깔려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노동자들은 또 어떠합니까. 세계화가 끊임없이 강요하고 있는 ‘밑바닥을 향한 경쟁’에서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비정규직으로, 실업 상태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APEC이 자본과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강조하는 가운데, 빈부격차, 사회 양극화, 중소기업의 경영 악화, 비정규직과 실업의 증가, 환경파괴, 농업의 파괴 등 아시아 태평양 민중의 삶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습니다.

APEC은 1989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무역투자 자유화 및 원활화’와 ‘경제기술협력’에 대한 논의의 장으로 출범했으나 보고르 정상회의 이후 시장자유화를 약속하면서 대기업과 자본 중심 세계화에 일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APEC 회의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대한민국은 물론 아시아 태평양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APEC 정상회의에 참가하는 각국 정상들은 대한민국은 물론 아시아 태평양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민중들의 절규어린 외침, 그리고 미국의 군사 패권주의에 따른 평화의 위기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APEC 회의 참가 정상들은 실업에 처한 노동자, 기업농과 대자본의 성장 뒷면에서 쓰러지는 농어민과 영세업자의 보호 및 중소자본 협력에 대한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포함한 전지구적 양극화에 따른 폐해에 대한 공동대책수립이야말로 APEC 정상회의 본연의 임무인 것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번 회의 또한 미국 주도하에 WTO/DDA 지원 결의 등 무역자유화 촉진을 위한 제반조치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인간안보’라는 낯선 이름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강화하는 논의 또한 진행된다고 합니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개발도상국의 시장개방 압력 강화와 대외 종속 심화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결국 이들 나라에서는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라는 고통을 불러오게 될 것입니다. 또 미국의 반인륜적 이라크 침략을 지지함으로 인해 테러위협을 가중시키게 될 것입니다.

APEC은 아시아 태평양 민중들의 삶을 진정으로 대변해야 합니다. APEC은 빈곤의 확산과 양극화를 막을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하며, 각국의 균형 있는 발전을 이룩하고, 지역 평화체제를 이룰 수 있는 진지한 모색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럴 때만이 APEC이 일부 상위층의 ‘그들만의 잔치’가 아닌 아시아태평양 민중 모두의 잔치가 될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은 빈곤과 종속, 분열과 전쟁을 강요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는 다른 ‘더 나은 세계, 일하는 사람들의 세계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2005년 11월 17일
민주노동당 임시대표 권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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