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문화연대성명-정동채 문화부 장관의 발언을 환영하며

서울--(뉴스와이어)--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은 11월 17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강연에서 "스크린쿼터를 유지해야 하고 앞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며 "정부도 유지해야 한다고 보고 대통령과 총리의 생각도 같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또 "미국이 스크린쿼터 축소를 (통상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걸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까지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지 않았다"면서 "한국영화의 경쟁력과 관계없이 스크린쿼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일부 보수언론이 미 무역대표부(USTR)의 내정간섭에 가까운 부당한 요구를 여과 없이 받아쓰기하면서 스크린쿼터를 사회적 이슈와 쟁점으로 부각시켜 왔던 상황과 최근 APEC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 채택이라는 국제사회의 도도한 흐름과 역행되는 주의주장들이 되풀이되는 상황에서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 장관이 책임 있는 태도로 스크린쿼터 현행유지 방침을 밝힌 것을 적극 환영한다.

특히, 한국영화의 경쟁력과 관계없이 스크린쿼터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힌 점은 우리정부가 스크린쿼터제도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유의미한 발언으로 평가한다. 한국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됨으로써 비로소 40%대의 시장점유율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40%대의 시장점유율을 근거로 이제 경쟁력이 생겼으니 스크린쿼터를 줄여도 된다라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 것이고, 영화산업 유통 배급의 특수성을 애써 외면한 것이다. 또한, “정부도 유지해야 한다고 보고 대통령과 총리의 생각도 같다”고 한 발언은 이 문제에 대해 정부 내에서 충분한 논의와 숙고를 거쳐 결정되고 합의된 것임을 밝힌 것이기에 더욱 환영하는 것이다. 이제 일부 경제 관료들이 영화산업의 일 측면만을 바라보고 개인적 차원에서 제기했던 무책임한 발언과 그로인한 혼란이 더 이상 되풀이 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집요한 저지 압력에도 불구하고 유네스코 회원국 절대다수의 지지로 채택된 '문화다양성 협약'에서도 확인되고 있듯이, 문화는 정체성과 사상, 가치를 표현하기 때문에 경제적 측면에서만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급속도로 확대되어 온 경제적 세계화, WTO, FTA 등의 국제통상협정들로 인해 문화정책은 자유무역을 가로막는 비관세장벽으로 분류되어 부당한 폐지 압력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로 인해 문화 분야에서의 극단적인 독점과 획일화의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문화다양성 협약’은 자국의 실정에 맞는 문화정책 수립, 채택, 실행의 권리가 개별국가의 주권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스크린쿼터를 지키는 일을 우리의 문화주권을 지키는 일이라고 이야기했던 것은 스크린쿼터라는 작은 정책만이 중요하고 영화만이 중요한 문화라서가 아니다. 주권국가의 문화정책에 대한 부당한 간섭에 굴복해서는 안 되고, 또 그것을 지키기 위한 지난한 투쟁의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문화주권을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 정부의 정책판단이 앞으로의 우리 문화정책이 문화의 공공성을 확대하고, 공존과 교류를 통한 상호 발전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정 장관의 발언을 계기로 ‘문화다양성 협약’의 조속한 국회비준을 기대하며, 나아가 국내적으로는 기초예술과 독립문화, 소수자문화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공공적 성격의 문화 인프라 구축 등의 노력이 대폭 확대되기를 희망한다. 또 국제적으로는 일방적인 교역의 논리가 아닌, 상호발전을 위한 교류와 협력에 적극 나서기를 바란다. 이러한 의지와 노력이 확인될 때 진정한 문화국가라는 국제사회의 인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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