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네트워크성명-유엔 총회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부쳐
비난과 압박에 초점을 맞춘 대북 인권 정책은 북한 주민의 실질적인 인권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고 남북한의 화해협력과 평화구축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온 우리는 이번 유엔 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
우리 역시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고, 북한 정부가 인권 개선을 위해 성실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북한의 인권 상황이 악화된 데에는 북한의 내부적 요인 못지 않게, 남북한의 분단 상황, 미국 주도의 대북 경제제재와 군사적 위협, 한반도 교차 승인의 미완성 등 외부적 요인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유엔 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은 몇 가지 중대한 결함을 갖고 있다.
우선, 유엔 총회는 북한이 2005년 유엔인권위 결의안의 내용, 특히 "유엔 특별보고관의 임무를 인정하지 않고 특별보고관에게 협력도 하지 않는 점"을 결의안 채택의 중요한 사유라고 설명했는데, 정작 당사국인 북한은 유엔인권의의 결의안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면, 유엔은 북한에 대한 비난 결의안을 추진하기보다는 북한과의 기술적 협력을 강화하면서 인권 대화의 복원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다. 2002년까지 진행되었던 북한과 유럽연합 사이의 인권 대화가 2003년 유엔인권위 결의안 채택 이후 단절되었듯이, 이번 유엔 총회의 결의안 채택은 북한과 유엔 사이의 인권 대화를 더욱 어렵게 하는 조치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둘째, 결의안은 세계식량계획(WFP)과 비정부기구(NGO) 등 인도적 지원기구의 완전한 접근성과 식량 분배의 감시 활동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유엔 및 NGO 기구에게 인도적 지원을 중단하고 철수를 요구하게 된 배경에는 미국이 북한인권법을 제정해 국제기구에게 분배의 투명성을 압박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 유엔 스스로도 밝혔듯이 비록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분배의 투명성과 접근성은 점차 개선되고 있었다. 그러나 유엔이 미국의 압력을 받아 북한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이 오늘날의 사태를 초래한 것은 아닌지, 유엔 스스로 반문해봐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이번 결의안은 북한의 인권 상황이 악화된 원인에 대한 편협한 이해와 일방적 권고에 머물고 말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의 인권 상황이 악화된 이유에는 북한 내부의 요인과 외부적 요인이 함께 맞물려 있다. 그러나 이번 결의안은 외부적 요인을 전혀 주목하지 않았다. 이미 유엔도 1980년대 결의안을 통해 강조한 것처럼, 평화권과 발전권을 회복하는 것은 인권 보호와 증진의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정작 이번 결의안에는 이러한 내용이 전혀 담겨지지 않았다.
유엔 등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는데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선의와 진정성을 갖추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엔이 미국 등 강대국의 정치적 의도와 부당한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균형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역할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세 차례의 걸친 유엔인권위 결의안과 이번 유엔 총회 결의안 채택은 유엔이 미국 주도의 일방적인 대북인권정책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우려를 갖게 한다.
우리는 끝으로 당부코자 한다. 유엔은 비난과 압박에 기초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반성하고 진정성과 선의를 갖춘 정당한 개입 주체로 거듭나기를 촉구한다. 북한 역시 이번 결의안 채택을 6자회담 등 다른 사안과 연계시키지 말고, 인권 상황에 대한 외부의 우려를 이해하고 해소하기 위한 노력에 경주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 정부도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강조해온 지금까지의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입장을 전면 재검토하고,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인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적 환경 조성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2005년 11월 18일 평화네트워크(대표 정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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