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에 따르면 은행, 보험, 카드 등 3천700여개 금융회사들은 최근 상각채권에 대해서는 신불자의 채무감면 제한을 폐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신용회복 지원 협약안을 결의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그동안 신복위의 워크아웃제도가 과중채무자들의 현실을 무시한 채, 비현실적인 채무 변제 조건을 제시한 것에 비하면 진전된 행보다. 사실 신용회복위원회도 지금까지의 변제 조건이 지나치게 가혹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이번의 채무 조정 조건은 금융사들이 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미리 대손충담금을 쌓은 상각채권인 만큼, 대폭적인 채무감면 조건을 제시하지 못하면 실효성도 없을 뿐 아니라, 부실채권을 가지고 막대한 폭리를 취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 예로 희망모아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배드뱅크는 일정 요건을 갖춘 신용불량자의 부실 채권을 원금의 4∼5%라는 헐값에 매입한 뒤, 신용불량자들을 대상으로 원금과 이자를 받으며 폭리를 취하는 것과 다름없다. 즉 덤핑으로 채권을 사서 채무자에게 비싸게 되팔겠다는 이치다. 채권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부실채권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와 채무자의 부채 상환에 따른 배당 등을 받을 수 있어 일거양득이지만, 채무자에게는 실질적인 채무조정 효과가 없다.

무리한 변제조건을 증명하듯 올해 재정경제부의 국정감사 자료에서도 2005년 8월까지 개인워크아웃제를 이용한 부채 5000만원 이상의 연체자 5만2018명 중 실효자는 1만6594명에 달해 탈락률이 31.9%에 달했다. 1회 이상 연체자를 포함할 경우 그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한 달간 서울 명동 신용회복위원회 앞에서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의 길거리 채무상담을 받은 421명의 채무자 중 27.0%에 해당하는 114명이 배드뱅크 및 개인워크아웃제 신청자로 이들 중 둘에 한 명은 연체나 실효 중이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이 같은 현실을 인정하고 개인워크아웃제도를 채권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장삿속이 아닌 실질적인 채무조정제도로 환골탈태시켜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개인파산제, 개인회생제 같은 법원 중심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실무 지원기구를 마련할 것 △파산선고 등에 따른 신분상의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해 민주노동당이 입법 발의한 79개 직종 관련 개정법안 통과에 적극 협력할 것 △미성년자·저소득층 등 정부와 채권기관의 명백한 귀책사유로 카드를 발급받은 뒤 채무상환 능력을 상실한 사람들에 대해 연체채권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한시적인 특별법을 제정할 것 △폭리 수준에 달하는 이자율을 규제하고, 규제 대상을 모든 금전대차 거래에 확대할 것 등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 이 선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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