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의원, 성동격서의 지혜와 실사구시

서울--(뉴스와이어)--천정배 前원내대표의 갑작스런 임기 중 사의표명으로 인해 1기 원내대표체제가 사실상 중도하차 하였다.

우리는 새로운 원내대표 선출로 지도부 공백을 메우는 등 집권여당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지난 한 달을 바삐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러나 정작 그 어디에서도 과반 의석을 확보한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단 1기에 대한 정당한 평가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저 4대 개혁입법 실패에 따른 책임과 추궁, 그리고 망각만이 있을 뿐이다.

정세균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 2기 원내대표단 체제 출범 후 첫 임시국회를 맞이하여, 1기 원내대표단에 대한 평가는 분명 나름의 의미가 있다. 1기 원내대표단의 한 사람으로서 천 대표와 함께 무한 책임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책임에 근거하여 기간 활동에 대한 나름의 소회를 피력하고자 한다. 이러한 소회의 피력이 평가 대상에 직접 몸담은 사람으로서 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약간의 망설임도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며, 새로 출범하는 원내대표단이 천대표 체제의 성과와 과오를 발전적으로 계승하여 개혁과 민생과제 해결을 추진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원내대표단 1기는 우리 헌정사상 처음으로 민주평화세력이 단일 교섭단체로 국회에서 과반을 점한 지도부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그러나, 수십년 동안 국회의 과반을 점하고 있던 야당과 그렇지 못한 여당이 바뀌어 버린 지위와 역할에 대해 부적응과 착각을 반복하였다. 특히, 제1야당의 막무가내식 원내전략은 합리적이며 민주적 절차를 따르고자 했던 우리당의 ‘순진한’ 원칙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많은 소속 의원들은 무기력감을 느꼈고 일부 의원들은 비난의 화살을 당장의 눈앞의 지도부에 보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4대 개혁입법’은 어느새 정쟁의 대상이 되어 버렸고, 절차적 민주주의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대한민국 국회의 의사일정은 이미 누군가의 피를 토하는 책임을 원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수구보수세력은 개혁입법의 반대와 저지를 위해 전면전을 선포하다시피 하였다. 그들은 민생과 개혁을 끊임없이 이분화 시키면서 개혁입법 반대에 매달렸다.

문제는 정작 우리 내부에서도 민생과 개혁을 그들의 논리와 주장처럼 이분화되고 선후관계에 있는 과제처럼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민생과 개혁의 이분법은 과거 수구독재가 권력 유지를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왔던 안보 논리와 함께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켜내고자 개혁을 무력화 시키려는 보다 발전된 논리일 뿐이다.

민생과 개혁은 동전의 양면이다. 민생 없는 개혁은 있을 수 없으며, 개혁 없는 민생 또한 있을 수 없다. 지난 1기 원내대표단은 그 누구보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첫째도 개혁, 둘째도 개혁, 셋째도 개혁이라는 주장은 전적으로 옳다. 적어도 그 개혁이 그동안 우리 사회를 억눌러 왔던 경제적 양극화의 모순과 분단국가의 왜곡으로부터 정의와 상식을 복원시켜냄으로써 ‘일할 맛 나는 사회’를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기 원내대표단은 수구보수세력의 간교한 이분법의 위력을 지나치게 간과하였다. 생각보다 경제적 침체가 장기화되었으며, 국민들의 17대 국회에 걸었던 개혁 열망은 먹고사는 문제로 치환되기에 이르렀다. 결국 4대 개혁입법 처리는 국민적 합의와 지지를 얻어 차근차근 이루어가는 방식이 아닌 ‘연내에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잡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변질되었다.

이는 곧 1기 열린우리당 원내 지도부의 실패로 귀결되었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했으며, 이부영 당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는 일말의 구차한 변명도 없이 임기 중 사퇴로서 그 책임을 졌다. 우리는 다시는 돌아보기 싫은 어릴 적 한바탕 소동을 벌인 것 같은 기분으로 황급히 2004년을 보냈고, ‘연내처리’라는 스스로 만든 굴레를 벗어던지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너무 급급한 나머지 1기 원내대표단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는데 매우 인색한 것은 아니었는지 아쉬움이 든다.

우리는 지난 연말 4대 개혁법안의 연내처리를 위하여 우리가 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역량을 결집시켰다. 헌정사 최초의 평화개혁세력이 다수를 점한 국회의 역량을 집중시켜 우리의 가능성과 한계를 현실적으로 측정해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천대표 체제의 경험은 성공하는 집권여당과 참여정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숙명적 절차였으며 우리는 결과적으로 매우 소중하고 값진 자산을 축적한 셈이 되었다.

이는 분명 향후 정국 운영과 국정 운영에 있어 단순한 ‘실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향후에는 연말에 검증된 역량을 바탕으로 현실과 괴리없는 정국 운영을 할 수 있는 ‘실사구시’의 국정기조를 잡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역할과 기능이 평화민주개혁세력 과반국회 제1기 원내대표단의 최고의 과제였으며 숙명적 한계였는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천대표 체제가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실패했다고 평가되는 것도 옳지 않다는 것이다.

<맹자>에 ‘활을 과녁에 맞추지 못했을 때, 남을 탓하지 않고 자신의 자세와 실력을 탓하라’는 뜻의 반구제기(反求諸己)라는 말이 있다. 상황논리와 남 탓을 하기 전에 우리의 역량과 자세, 마음가짐을 돌아보자는 의미이다.

만약, 1기 원내대표단이 이른바 보다 유연성을 가지고 한나라당과 적당히 타협하였다면, 17대 국회에 열린우리당을 과반 다수당으로 만들어준 국민들의 지지와 기대를 저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2기 원내대표단의 국회운영 역시 1년 내내 노선 갈등과 충돌을 불가피하게 만들어 여권 전반에 커다란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천정배 원내대표 체제는 원칙 없는 타협을 하지 않았으며, 시대적 요구를 거스르는 타협을 협상의 전리품으로 삼지도 않았다. 그렇게 함으로써 제2기 원내대표단이 보다 현실적이고 실리적인 국정운영의 기조를 잡게 만들었다. 바로 이 부분이 천대표 체제의 가장 큰 성과이며 공로이다.

국회 내의 진지한 토론과 대화, 민주적 절차를 복원하기 위한 우리당의 노력은 과거 그 어느 국회에서보다 진지하게 진행되었으며, 그 근저에는 우리사회의 개혁은 일개 거대 야당이 거스를 수 없는 커다란 물줄기라는 당당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임은 물론이다.

또 한가지, 보다 적극적으로 1기 원내대표단의 성과를 평가하자면, 2005년 경제활성화를 위한 근간을 이루어 놓았다는 것이다. 당초 의도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른바 36계 지략 중 제 6계에 해당하는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전략을 구사한 셈이 되었다는 것이다.

정치권과 사회정치 제세력의 관심이 ‘4대개혁법안’에 집중되어 전선이 형성되었을 때, 집권여당은 정부가 제출한 법안 중 민생경제 활성화와 성장과 분배를 조화시키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장의 룰과 도구가 될 법안을 통과시켰다.

기금관리기본법과 민간투자법이 그러하고 공정거래법이 그러하다. 정부가 17대 국회에 제출한 211건의 의안 중 118건을 처리하여 84건(약71%)을 가결시켰다. 보름간에 걸친 야당의 등원거부와 간첩파동 등을 감안한다면 결코 낮은 가결률이 아니다. 이미 기금관리기본법과 민간투자법의 효과는 증시 활황에 반영되어 경제 활성화에 좋은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평가다.

이렇듯, 1기 원내대표단 체제는 비록 4대개혁법안 중 3개 법안을 2월임시국회로 미뤄놓았지만, 2005년을 경제 활성화 원년으로 새로운 희망을 향한 도약의 토대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만약 4대 개혁입법을 중심으로 대치전선이 형성되지 않았다면 민간투자법 등 투자 3법을 비롯한 경제활성화를 위한 각종 법안들이 정부가 의도한대로 야당이 통과시켜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중요법안 모두가 의장의 직권상정으로 연말 시각을 다투며 처리된 것은 이를 반증하고도 남는다.

이를 두고 성동격서형 ‘실사구시’적 운영이었다면 과한 표현일까? 애당초 천대표 체제를 실패한 지도부로 규정하기에는 우리가 너무 성급하고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 것인지 모른다. 분명 한계는 있었지만, 사상 처음으로 해보는 과반 여당의 지도부로서 실사구시적 태도로 원칙을 잃지 않고 긴 호흡으로 개혁과 민생을 책임지는 자세로 일관하였다는 것은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2기 원내대표단이 첫 임시국회를 맞이한다. 실용주의에 대한 무의미한 논란은 끝나야 한다. 새 원내지도부가 표방한 실용주의는 과거 교조적 개혁지상주의와 분명한 선을 긋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혁의 후퇴나 포기하고는 거리가 멀다.

우리당의 실용주의에는 개혁과 민생과제가 하나되어 녹아 있는 것이다. 교조적인 도그마에 이끌려 선언과 구호에 그치는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리당의 실용주의는 튼튼한 원칙 위에서 효율과 융통성을 높이는 것이다.

실사구시적 실용주의 표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우리당의 역동성이며 자신감이다. 20만에 이르는 기간당원과 국민에 대한 믿음이며,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결국은 상식과 원칙이 관철되어 온 우리네 역사에 대한 무한한 신뢰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제 1기 천대표 체제가 강성이었기 때문에 2기 대표체제가 단순한 반작용 차원에서 보다 온건실용노선을 선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2기 원내대표단의 활동과 전략적 기조는 1기 천정배 대표체제의 희생을 토대로한 성과와 한계에 대한 제대로된 심모원려의 통찰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혁과 민생을 책임지는 집권여당의 지도부로서 전임 대표부의 희생을 토대로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보다 강고한 원칙과 높은 역량을 보다 세력되게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150명의 의원들 개개인의 창의력과 열정을 끌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원함으로써 무원칙을 경계하고 당내외의 개혁에 대한 도전과 무력화 시도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

백년정당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오늘에 구현하고 준비하기를 게을리 말 것을 선배·동료의원들에게 진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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